“처음 큰 대회에 나와 영광이었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며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성으로 떠오른 김한별(24·골프존)의 총평에서는 아쉬움과 기대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김한별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크리크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총상금 975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 공동 48위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한별은 올 시즌 K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둬 대상(MVP) 포인트 1위, 상금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더 CJ컵에는 6명의 KPGA 투어 소속 선수가 출전했고, 그 가운데 김한별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 11일 현지에 도착해 적응 시간이 짧았던 데다 의욕이 앞선 탓인지 상위 입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최종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난생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은 김한별은 “샷 거리는 부족한 것 같지 않은데 웨지 샷의 컨트롤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동반 라운드를 한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 선수가 ‘내년에 오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내년에는 PGA 2부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고 싶다”며 미국 진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한별은 귀국 후 2주간 격리로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22~25일)을 건너뛰고 나서 최종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11월5~8일)에 출전해 타이틀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역시 KPGA 소속인 김성현(22·골프존)은 1오버파 공동 52위로 마감한 뒤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다시 출전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올해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성현은 “세계 최고의 투어를 느낄 수 있던 일주일이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좋지 않은 흐름을 바꾸는 경기운영 능력을 배웠다”며 성장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우승트로피와 175만5,000달러(약 20억원)의 상금은 제이슨 코크랙(35·미국)에게 돌아갔다. 버디만 8개를 몰아친 그는 최종합계 20언더파를 기록, 잰더 쇼플리(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2012년 PGA 투어 입문 이후 233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PGA 투어 통산 2승의 김시우(25·CJ대한통운)가 7언더파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공동 17위에 올랐다. 2017년과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8언더파 공동 12위, 2018년 챔피언 브룩스 켑카(미국)는 5언더파 공동 28위로 마쳤다.
2017년 창설돼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제주도에서 열렸던 이 대회는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됐다. 내년에는 경기 여주의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