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19일 “(제가) 1979년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전신)에 들어간 이래로 현재처럼 변화의 강도가 센 때가 있었나 싶다”며 “지금 세상은 근간이 바뀌고 있는 대변혁의 시대”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통계청장을 거친 경제전문가로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김 전 실장은 이날 경남 ‘소노캄 거제’에서 열린 ‘2020 백두포럼’에서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제목의 특강을 통해 “그간 경제정책에 대해 말하면서 항상 ‘세상이 급변한다’, ‘전환기에 처했다’, ‘정신 차려라’ 등의 표현을 많이 써왔지만, 냉정히 볼 때 (지금이) 제일 많이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특히 세상의 변화를 4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미국의 변화, 둘째는 평화롭던 미·중 관계의 변화, 셋째 부채가 많아 졌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산업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과거 100년간 미국은 자유무역주의를 수호했고, 세계의 경찰 노릇을 했다”며 “하지만 사회주의의 소멸, 셰일혁명, 코로나 발발 등으로 탈세계화와 자국 우선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김 전 실장은 “미국이 바뀌면서 ‘각국은 각자도생해라’는 식”이라며 “그간 수출에 의존해왔고 안보 걱정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더 위태로워졌다”고 진단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전 실장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며 “힘없는 쪽은 애매모호해서는 안되고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구조, 에너지, 미국이 보유한 생태계, 전 세계적인 반중국 기운 등을 두루 고려할 때 20년 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우리 경제의 뇌관인 과도한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신흥국들은 부채가 많아지면 외환위기를 맞고 국가부도로 이어진다”며 “근근이 버티더라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 심각한 곤욕을 치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우)이자가 낮아서 그렇지 영업이익으로 이자 3년 이상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이 18%(한국은행 통계)”라며 “우리나라 기업 체질이 많이 약해졌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희망의 메시지도 전했다. 김 전 실장은 “코로나가 다른 위기와 다른 게 있다면 새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비대면 사업과 세계 석학들이 100이면 100이 다 꼽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백두포럼 주제 강연자로 나서 “코로나19로 생존의 위기에 선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미국, 일본, 독일의 비대면 서비스 무역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인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기업이 이런 추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남방지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들 국가들의 경우 디지털 경제로 전환시키는 데 있어서 우리 혁신 기업의 활용도가 높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정 부원장은 그린·디지털 뉴딜이 제대로 작동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 성장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규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패널로 나선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는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에서 살아남을 중기, 기술력을 가진 중기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규제를 통한 보호막 속에서 살아 남았던 기업은 생존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했고,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성비를 중시하던 시대는 끝났고, 앞으로는 소비자의 마음까지 얻어야 하는 ‘가심비’를 앞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제=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