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가장 먼저 겪은 중국이 공격적인 방역과 경기부양을 통해 경기침체 터널에서도 제일 빨리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총 26조6,172억위안(약 4,54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 증가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전망치(5.5%)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V자형 반등세를 보이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4분기에 사상 최악인 -6.8%까지 추락한 후 2·4분기에는 3.2%로 회복했다. 여기에 3·4분기 성장률이 5%에 육박했다.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성장률도 0.7%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는 주요국 가운데 최대인 2%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들도 회복세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함께 공개된 9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하면서 지난해 평균 수준을 넘어섰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3.3%로 전달(0.5%)보다 훨씬 높다.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상황으로 회복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성과는 극단적 봉쇄라는 공격적 방역 전술로 조기에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총 6조위안(약 1,000조원) 이상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경기부양책도 도움이 됐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날 “중국이 신속한 코로나19 통제와 효과적인 경기부양책 덕분에 코로나19 이전의 성장 코스로 돌아온 첫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최근 중국 경기 회복세가 연일 각종 지표로 확인되면서 위안화의 초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0322위안(0.48%) 하락한 6.7010위안으로 고시했다. 6.6위안대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6.6위안대 환율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4월이 마지막이었다.
중국 경기가 이같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10년 내에 미국 경제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확산 중인 코로나19 상황과 미중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이러한 성장세의 지속 여부가 달려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2·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정상화에 나섰다. 최근까지 칭다오 등지에서 일부 환자가 발생하는 등 재확산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시진핑 지도부의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해 추가 확산을 막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3·4분기 전국 고정자산투자액은 15조4,927억위안(약 2,643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8.6%(1조2,222억위안) 늘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총 6조위안 이상의 추가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것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1·4~3·4분기 누적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8% 늘어나며 올해 처음으로 증가세로 반전했다. 1·4분기는 -16.1%, 1·4~2·4분기에도 -3.1%였다. 9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었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내수소비가 문제다.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시장의 예상보다는 높은 3.3%였지만 지난해의 8% 내외에는 한참 못 미친다. 코로나19의 타격에 국민들은 여전히 호주머니 열기를 꺼려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V자형 성장률에 힘입어 올해 중국 경제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가 1.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의 회복은 여전히 침체에 허덕이는 세계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과 미 대통령선거 이후 미중갈등은 중국 경제에 여전히 부정적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는 정점을 모르고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가장 큰 시장이다.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미국에 육박하는 것은 미국의 경계심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IMF의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은 -4.3%다.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하면 올해 중국 GDP는 15조8,000억달러로 미국(21조2,000억달러)의 약 7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2030년 초반에 중국이 미국의 GDP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