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의 파나마 구리광산(코브레파나마)의 배당수익이 30여년간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광물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일괄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지만 사업성이 증명된 광구에까지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해외자원개발을 전 정권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낙인찍던 여당에서도 구조조정 대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지 10월14일자 1·5면 참조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석해 코브레파나마의 배당액이 오는 2054년까지 3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09년 코브레파나마 구리광산 사업에 참여해 지금까지 약 8,521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구리 정광 생산에 들어가 올해부터 판매 대금을 확보해 주주들에게 수익을 배정할 예정이다.
올해 3·4분기 배당금으로는 150억원이 책정됐고 내년부터는 연간 1,100억원 수준의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산의 생산량이 최고조에 달하는 향후 10년간 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배당금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5,000억원, 2025년부터 2029년까지는 8,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예상에도 정부는 광물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광물공사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공사의 올해 부채는 6조9,635억원에 달하고 자본잠식 규모는 3조534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공사의 재무건전성을 우선 회복한 뒤 민간업체를 중심으로 다시 자원개발 사업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미 사업성을 확보한 광구를 파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의원은 “코브레파나마 사업의 실적은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사에 남을 만한 성공 사례”라며 “세계적으로 광물자원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업까지 매각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구를 매각하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광물공사는 지난해 코브레파나마를 매각하기 위해 본 입찰을 진행했으나 해외 업체들의 ‘가격 후려치기’로 유찰됐다. 정부가 자원 공기업이 보유한 해외자산 전부를 매각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입찰 참여사들이 너도나도 낮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마저 계속 악화하자 에너지 시장에서 ‘큰손’이 사라져 제값을 받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 등의 해외자산 투자가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경우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해외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총 169억달러(19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이 중 회수한 금액은 40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공사 역시 누적 투자액은 154억5,930만달러에 달했으나 이 중 39억9,800만달러를 회수하는 데 그쳤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