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으로 손발이 묶인 채 고립된 윤 총장이 오는 22일 열리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때문이다.
추 장관에 이어 20일 청와대까지 “수사 지휘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며 추 장관을 전격 지원사격했다. 정부·여권의 총공세에 윤 총장이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이번 국감에서 정부·여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국감은 윤 총장이 임기 만료 전까지 본인 입장을 외부에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2일 국회에서 대검에 대한 국정감사를 연다. 대검 국감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추 장관의 수사 지휘 이후 윤 총장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라서다. 앞서 윤 총장은 라임 정관계 로비 수사 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법무부 발표에 ‘중상모략’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반면 수사 지휘권을 박탈한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해서는 ‘즉각 수용’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이날 “신속하고 성역을 가리지 않는 엄중한 수사가 필요해 수사 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수긍을 이끌어낸 추 장관 수사 지휘에 대검이 따르면서 양측 사이 갈등이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현재 분위기가 ‘종전’이 아닌 ‘휴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국감에서 윤 총장이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양측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 발언에 검찰 내부 불만이 집단 표출하면서 ‘검란(檢亂)’까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검찰 내에서 추 장관 수사 지휘를 두고 수사 중립성 논란에 따른 ‘총장 무력화’나 ‘허수아비 총장 만들기’ ‘노골적 검찰권 침해’ 등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윤 총장 발언→검찰 내 반발→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총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윤 총장의 침묵은 후배 검사들의 신뢰 붕괴는 물론 검찰 내 방향성 상실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윤 총장이 추 장관 수사 지휘에는 말을 아꼈지만 국감에서는 본인 소신에 따라 발언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지금까지 신중한 모습과 달리 국감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 지휘는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 등까지 본인 생각을 쏟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예상되는 내용은 연이은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는 검찰청법 8조에 따라 보장된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장관의 지휘권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행사한다는 게 종래의 공통된 인식이다. 윤 총장이 ‘연이은 지휘권 행사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흔들 수 있다’며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특히 이를 근거로 내년에 설립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앞서 본인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모두와 연락한다”는 점을 언급했던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여권 인사가 청탁을 했다’거나 ‘압력을 받았다’는 식의 폭탄선언을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본인 가족이나 측근 등 수사가 현재진행형이라 오히려 국감에서 말을 아끼거나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일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