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자리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유 본부장의 라이벌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 본부장이 수세에 몰리면서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유명희 지지? '한일갈등 변수'
WTO는 브라질 출신 로베르토 아제베도 전 사무총장을 대신할 새 수장을 다음달 지명할 계획이다. WTO 수장 지명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두 후보 중 누가 우위에 있다고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3년 간의 전 세계적인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경색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 본부장은 일본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일갈등이 WTO 사무총장 선거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유 본부장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힘든 선거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사람들은 약자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서 “노고와 땀으로 회원국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낸 오콘조 후보는 WTO에서 일하거나 무역협상을 주도한 적이 없는 ‘아웃사이더’라고 통신은 소개했다. 오콘조 후보는 세계 무역 체제가 다자적 체제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WTO 회의론' 美 무역수장, 유명희 '전문성' 높이 평가
미국의 유 본부장 지지가 유력한 건 무엇보다 그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WTO 체제의 오랜 회의론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중국·EU·영국·미국 등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한국의 수출망 확장에 기여한 25년 베테랑인 유 본부장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WTO 선거전에 미칠 파급력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WTO를 더욱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체제를 재편하는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루퍼스 예르사 미국 전국대외무역협회 회장은 “미 대선과 차기 정권이 무엇을 결정할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