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섭(사진) SK이노베이션(096770) 배터리사업 대표(사장)가 LG화학(051910)과 벌이고 있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대화의 통로는 계속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답보 상태로 알려진 양측 간 물밑 협상이 오는 26일(현지시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 이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 대표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0’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두 회사의 문제기도 하지만 K배터리에 부정적 영향이 크다”며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조기 패소 결정이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 대해서는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사실상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 조지아주(州)에 배터리 1·2공장을 짓고 있어 ITC 소송 결과가 공장 건설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한편 지 대표는 오히려 조지아주 공장 증설에도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선(先)수주 후(後)투자’ 전략에서 ‘선투자 후수주’로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공장은 폭스바겐, 2공장은 포드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공장이다. 1공장은 내후년 양산에 들어가고 2공장은 최근 착공했다. 지 대표는 “조지아 공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준비가 돼 있고, 그럴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적극적인 미국 현지 투자 의지를 보이는 것이 ITC 소송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ITC 최종판결에서 패소하면 수입이 금지되지만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수입 금지 조치를 거절할 수 있는데 이를 노린 포석이라는 것이다. 패소하더라도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 여부를 따져 공익에 부합한다는 의견 합치가 이뤄지면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 수 있다. 조지아주 정부와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은 지난 5월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