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검색엔진 시장에서 독점적 사업자인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 크롬을 스마트폰에 선탑재하는 대가로 수십억달러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인데요. 구글의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은 무려 88%로 법무부는 구글이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사를 완전히 막아버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되레 21.13달러(1.38%) 뛴 주당 1,551.08달러에 마감했다는 점입니다. 대형 악재에도 주가가 상승한 것이지요.
이유가 뭘까요. 구글의 주가 흐름과 향후 이번 소송의 방향과 전망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재판, 시간 오래 걸린다...MS, 독점 소송 중에도 900% 올라"
이런 상황이지만 월가는 소송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 주가가 오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데요.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시니어 인터넷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노왁 역시 “소송은 수분기가 아니라 수년이 걸리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 애널리스트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십년가량 반독점 소송이 이뤄졌고 그 사이에 주가가 900%나 뛰었다”며 “그래서 투자자들에게 이번 일은 부차적인 사안”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그러면서 “이번 소송은 중요하지만 주가에는 그렇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주가가 상승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MS 사례에서 배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서 MS의 사례를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구글 기소에서도 과거 MS 사례를 참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MS를 보면 구글 소송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 1990년 미 연방무역위원회(FTC)가 MS의 PC 운영체제(OS) 시장 독점혐의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것을 시작으로 1994년 MS는 윈도에 다른 MS 소프트웨어 추가 설치를 요구하지 않기로 한 바 있습니다. 이후 1997년 MS가 익스플로러를 윈도95에 끼워팔기를 시작하자 법무부가 1994년 합의를 위반한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지요. 2000년 미 법원은 MS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2개 회사로 분할명령을 내렸지만 2001년 항소법원서 회사분할명령이 기각됐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는 법무부의 구글 소송을 두고 “또 다른 패소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유럽시장 벌금에도 매출에 큰 영향 없어
다만, 이 같은 벌금도 구글에 핵심적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는 게 월가의 분석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브라이언 노왁은 “이번 소송은 정치적인 협상이다. 향후 구글이 그들의 핵심 상품을 어떻게 바꾸고 재정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명확하다”며 “유럽이 구글에 안드로이드 관련 생태계를 조정하라고 했지만 이것이 구글 매출에 실제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럽에서 사용자들이 구글 외에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됐음에도 그들은 구글을 골랐다”고 덧붙였습니다.
구글, 애플에 검색댓가 110억달러 지불...애플 등 제조사와의 관계가 소송핵심
그러니까 구글과 애플의 사이는 이렇습니다. 애플이 아이폰 같은 주요 기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이 쓰이도록 해주고 구글은 그 대가로 애플에 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규모만 110억달러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연수익의 3분의1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지난 2018년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가 만나 검색시장에서의 매출 성장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는데요.
앞서 토니 사코나기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애플에 매년 80억달러를 주고 이 같은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WSJ은 “구글이 애플의 인기 있는 스마트폰의 검색 트래픽에 의존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왔다”며 “이는 소비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검색단어를 입력하면 구글 검색결과와 관련 광고가 자동으로 제공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주 검찰의 반독점국장을 지낸 스티븐 후크는 “과거 MS는 애플을 상대로 익스플로러를 넣으라고 강압적으로 위협했다”며 “현재 애플은 자발적으로 구글의 크롬을 탑재하기를 원한다. 그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WP는 “연방정부의 소송은 구글의 검색엔진 이용범위를 넓히기 위해 맺어진 합의들에 달려있다”며 “예를 들어 구글은 삼성과 LG를 포함한 기기 제조사들과의 공식적인 합의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설정하도록 강요하고 다른 업체들의 접근성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선 앞둔 트럼프의 IT업체 길들이기?
시장에서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대형 기술기업이 가입돼 있는 컴퓨터&통신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독점법은 정치적인 게 아니라 소비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기술기업에) 선거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치를 취하라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소송이 나왔다”고 했는데요.
물론 법무부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소송에 정치권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지요.
현재 워싱턴은 IT 업체들의 독과점이 과거보다 심각하며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꼭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민주당 정부에서도 IT 업체 규제는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지난 번 하원 보고서도 민주당이 주도했었죠. 전 미주리주 법무장관 출신인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소송은 기술기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이정표지만 끝 아냐"...IT업체 대상 추가 기소 가능성
하원 보고서가 구글 외에도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주요 업체에 대한 독과점 사례를 제시한 만큼 추가적인 기소가 가능하겠습니다.
정리하면,
① 구글 소송은 최소 수년 이상 시간이 오래 걸린다
② 과거 MS는 소송 과정에서도 주가가 900% 이상 올랐으며 분할 명령은 없던 게 됐다
③ 소송 결과에 따라 구글과 애플의 수익원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과 LG의 구글과의 관계도 관심사다
④ 다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대 IT업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⑤ 법무부, 이번이 끝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해 다른 IT 기업 추가 기소 가능성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