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침입해 현금 빼앗고, 게임 거래하며 사기 치고…
직장을 구하기가 마땅치 않아 지난해 일용직을 전전하던 20대 A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나날을 보냈다. A씨는 문득 자신이 과거 일했던 한 패션상가를 떠올렸다. 정오에 문을 닫는 그 상가는 가게 책상 서랍에 현금 등을 방치한 채 천막만 덮고 퇴근하는 상인이 많은 곳이었다. A씨는 상가가 자정에 재개점할 때까지 관리인이 순찰을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상인들이나 관리인이 없는 틈을 타 상가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오전 11시께 A씨는 해당 상가에 손님인 척 들어간 후 정오까지 폐점한 가게에 숨어 있었다. 그러다가 상인과 관리인이 없는 틈을 타 2층에 위치한 한 가게에 천막을 걷고 침입했다. 그곳에서 A씨는 책상 서랍 안에 있던 현금 15만원을 가져갔다. 그날 그가 약 2시간 동안 상가 내부를 돌며 훔친 돈은 150만원에 달했다.
A씨가 상가에서 한 것은 절도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한 가게에 들어가 가게 주인의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휴대전화 사진 보관함에 저장돼 있는 사업자등록증 사진 파일에 적힌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게임 사이트에서 해당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50만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구입했다. 같은 날 A씨는 상가 내 다른 가게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100만원어치 게임머니를 샀다.
비슷한 시기 A씨는 한 사우나에서 생활했다. 사우나에는 식당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그는 열려 있던 문을 통해 식당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카운터 서랍에 보관돼 있던 금고 열쇠를 찾아 금고 잠금장치를 열고, 그 안에 있던 현금 30만원을 절취했다.
아울러 A씨는 한 온라인 게임 유저에게 캐릭터를 키워주고 게임머니를 벌어주겠다고 한 뒤 해당 유저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합계 350만원 상당의 아이템들을 임의로 팔았다.
또 A씨는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게임 캐릭터를 팔겠다는 글을 올리고, 사겠다는 연락이 오자 “돈을 보내주면 계정을 팔겠다”고 했다. A씨는 돈을 받았지만 계정을 넘기지 않았다. 애초에 계정을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방식으로 열흘간 19만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이밖에도 A씨는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의 휴대전화로 130만원가량의 게임 소액결제를 하고, 인터넷에 게임머니 판매글을 허위로 올려 97만원가량을 빼돌렸다.
1심서 집행유예…"일부 합의했거나 피해 회복"
이후 건조물 침입, 절도, 절도미수,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A씨가 다수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약 920만원 상당의 절도, 사기 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피해자가 다수이고, 아직 12명의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않아 그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약 6개월의 구금생활을 통해 잘못을 반성할 기회를 가진 점, 피해자들 중 17명과 원만히 합의했거나 피해가 회복된 점 등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