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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털어놓는 아버지 이야기

■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비채 펴냄

무라카미 하루키./AP연합뉴스무라카미 하루키./AP연합뉴스



“곳곳에서 작가의 머뭇거림이 느껴졌습니다. 쉼표도 많았고, 접속사 ‘아무튼’이 몇 번이고 등장했죠(번역가 김남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책이 출간됐다. ‘고양이를 버리다(비채 펴냄)’라는 제목의 길지 않은 글이다. 하지만 일흔 넘은 노작가가 오랜 망설임 끝에 꺼낸 어려운 고백이 담겨 있다.


작가는 살아오면서 내내 글로 쓸지 말지, 수도 없이 망설였을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렵게 털어놓는다. 늘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던’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다. 작가의 아버지인 무라카미 지아키는 1917년생으로 절에서 태어났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교토 산중에 있는 학교에서 승려가 되는 공부를 하던 중 징집 명령을 받고 일본이 일으킨 전쟁터로 가게 된다. 조용한 사찰과는 정반대 편의 세계, 어쩌면 지옥과 다름없는 중국 전선에서 그는 일생 트라우마로 남을 일을 겪는다. 포로로 잡힌 중국군을 군도로 처형하는 일에 관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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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초년병이나 보충병을 살인 행위에 길들이기 위해 포로로 잡은 중국 병사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일이 흔했던 것 같다”“저항하지 않는 포로를 살해하는 것은 당연히 국제법에 위반되는 비인도적인 행위지만, 당시 일본군에게는 당연한 발상이었던 것 같다” 등의 문장으로, 아버지에게서 전해 들은 일본군의 야만적 전쟁 범죄를 담담하게 고백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후 매일 아침마다 속죄하는 삶을 살았다.



작가가 이 글을 쓴 이유는 글을 쓰는 이로서, 일본인으로서, 더 나아가 세계인으로서 책무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의 삶을 되짚는 논픽션을 통해 독자들에게 아무리 잊고 싶은 역사라도 반드시 사실 그대로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치 빗방울 하나 하나는 큰 의미가 없지만,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대지를 적시는 비가 되듯이 역사를 이루는 개개인의 일이 기억될 필요가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1만3,500원.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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