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거짓 통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

알베르토 카이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4년 전 미국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이 앞선다는 각종 여론조사 통계를 비웃듯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미국 내 카운티별 득표율을 나타낸 지도를 나눠주며 완벽한 승리였음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각 카운티별 승리 후보의 득표수에 비례해 거품이 커지도록 만든 거품차트를 동원해 일반 투표에서는 클린턴이 이겼다고 위안을 삼았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통계를 사용하고 어떻게 시각화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어떤 주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있어 숫자 데이터를 앞세운 차트는 좋은 무기가 된다. 하지만 데이터는 어떻게 비트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오해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데이터 시각화 분야의 권위자인 알베르토 카이로 마이애미대 석좌교수의 신작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표, 그래프, 지도 등 시각화된 차트의 눈속임을 드러낸다. 기업은 실적 보고 등에 3차원 시각효과를 넣어 실제보다 좋은 성과를 낸 듯 보이게 하고, 정치인은 척도를 비현실적으로 넓게 잡아 기후변화 문제가 별거 아닌 양 왜곡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통계와 차트의 홍수 속에서 거짓 정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시각 자료를 해석할 수 있는 ‘도해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못되거나 부적절한 분량의 데이터를 제시하거나 지나치게 해석이 개입된 숫자를 가려내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그만큼 가짜뉴스를 걸러낼 안목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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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차트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건 우리 스스로가 거짓말을 하려 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숫자가 스스로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 안의 확증편향을 돋울 수 있는 각종 선전 수단으로 통계와 이를 담은 차트가 동원됐을 따름이다. 마크 트웨인은 세상의 세 가지 거짓말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꼽았지만 거짓 통계는 우리가 거짓말을 바라거나 진실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무지할 때나 힘을 얻는다.

저자는 이어 “숫자와 차트는 실제 현실에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으니 인간의 얼굴을 부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저자가 책을 마무리하던 올 5월 기준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는 24만6,027명이었다. 이들은 차트 속 점 하나가 아니라,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어딘가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고 있었을 사람들이다. 숫자도 차트도 결국 인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1만7,500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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