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람들을 죽게 하고 경제를 마비시켰지만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한 글로벌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총, 균, 쇠’로 유명한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0 저널리즘 주간’ 기조강연에서 제시한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전 세계적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경험이 기후변화·자원고갈·불평등처럼 개별 국가가 막을 수 없는 인류의 난제에 공동 대응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날 다이아몬드 교수의 기조강연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화상통화로 진행됐다.
그는 “엉뚱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로 세상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지 긍정적 모습도 바라보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 역시 코로나19로 친구 네 명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과거 페스트가 유럽 인구 3분의1의 목숨을 앗아간 한편으로,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몽고제국이 페스트로 몰락하면서 유럽 각지의 언어와 문화를 지킬 수 있었다고 그는 상기시켰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가 스페인 독감 등 과거 전염병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전 세계적으로 면역체가 형성되지 않은데다 감염 대상인 인구수도 훨씬 많아 위험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인류를 천천히 죽이는 기후변화·자원고갈·불평등에 비하면 코로나19는 경증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코로나19는 백신이 나오면 극복할 수 있지만, 이 세 가지 문제는 천천히, 영구적으로 삶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는 며칠 만에 사람을 죽이니 관심을 많이 받는 반면, 이들 3대 문제는 간접적으로 천천히 인간을 파괴하기에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제적 공동대응이 절실한 문제들임에도 성과가 없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사상자를 낸 쓰나미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원인이지만 사람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죽었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인류가 삼림을 재생 속도보다 빠르게 파괴하는 등 지구 자원을 과소비하고 있으며, 빈부격차 등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난민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세계 각국이 ‘개별적으로 안전할 수 없음’을 깨달은 점이 앞으로의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펼쳤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어느 지역에 있든 글로벌 문제에 직면했다는 걸 깨닫”고 전 지구가 협력해서 위기에 대응하는 연습을 했으니,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불평등 문제에도 함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이를 위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 브라질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무지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맞서는 게 저널리즘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기후변화, 자원고갈과 착취, 불평등의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저널리즘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그는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