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이후 지난 한 주간 공모주펀드에서 4,3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기대에 못 미친 빅히트의 주가에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지적과 함께 이벤트를 통해 단기 수익을 올리려는 스마트머니가 목적을 달성한 뒤 빠져나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금융정보분석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주(15~22일) 사이 공모주펀드에서는 4,3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직전 3주간 유입됐던 자금이 모조리 빠져나간 것이다. 유출액은 전체 펀드 설정액 3조7,000억원의 10%가 넘는다. 공모주펀드란 자산의 일부분을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들 자금은 지난 15일 상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앞두고 기대감에 몰린 것으로 여겨지는 자금이다.
단기간에 대거 빠져나간 자금을 두고 분석이 엇갈린다. 우선 빅히트의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과 향후 대어가 없는 공모시장 환경에 실망한 자금이라는 분석이 가장 먼저 나온다. 빅히트는 15일 공모가 13만5,000원으로 상장해 시초가 27만원을 기록한 뒤 잠시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이내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빅히트는 전일보다 4.17% 하락한 17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아직까지 공모가보다는 높지만, 상장 당일 시초가보다 30%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부진한 주가 흐름에 공모주펀드 수익률 악화가 우려되자 실망한 개인들이 돈을 빼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공모주펀드의 1주간 수익률은 -0.17%다.
반면, 빅히트 상장 효과를 본 스마트머니가 수익을 보고 빠져나갔다는 정반대의 분석도 나온다. 통상 공모주펀드는 상장 후 며칠 안에 주식을 매도해 단기에 차익을 실현해 수익률을 높인다.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상황에서 상장 이벤트에 따른 단기 수익을 본 자금들이 대어 공모 효과를 본 뒤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일드서칭’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모주펀드 중에서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공모주에 대해 10% 우선 배정 혜택이 있는 하이일드펀드는 0.43%의 수익률을 시현했음에도 836억원이 빠져나갔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일반 공모주펀드는 해당 기간 코스닥시장 약세로 펀드 투자 손실을 봤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만큼 공모주 투자로 인한 수익률 자체는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모주를 받아 상장 첫날 판 개인들처럼 공모주펀드에 들어왔다 나간 자금 중에도 하이일드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수익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