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으로 재판 나온 박형철·백원우 前 비서관
23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이날은 과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청와대에서 무마됐다는 의혹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김미리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형사합의21부였다.
해당 의혹과 관련된 피고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 전 비서관과 백 전 비서관은 의혹에 대한 증언을 하기 위해 이날만큼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둘을 상대로 한 증인 신문의 핵심 문답 사항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중단시킨 주체와 경위였다.
두 사람이 내놓은 주장은 엇갈렸다.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의 주체인지에 대한 의견이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박 전 비서관은 “결정권은 민정수석에게 있었다”며 “저는 민정수석에게 감찰 결과와 조치에 대한 의사를 충분히 말씀드린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으로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던 때는 2017년으로, 당시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이었다.
또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돼 수사 의뢰나 감사원 이첩, 금융위 이첩 등 후속조치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찰 중단 지시가 없었으면 공식 조치 없이 종료됐을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감찰을 그만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그 지시로 인해 공식적인 조치 없이 감찰이 중단됐다는 취지의 증언이었다.
박 전 비서관은 감찰 도중 백 전 비서관이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말했고, 이후 조 전 장관이 자신을 불러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내는 선에서 정리하기로 했다’며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뜻의 증언도 했다. 사표 제출로 사건을 마무리하자는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전 비서관은 ‘유재수 구명 운동’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감찰 당시 유 전 부시장을 위한 구명 운동이 강하게 일어났고, 감찰 중단을 지시받은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당시 특감반원들이 낙담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비서관은 구명 운동이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달리 백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국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백 전 비서관은 “박 전 비서관을 제외하고 결정을 내릴 조 전 수석이 아니다”라며 “조 전 수석이 그런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 전 비서관은 자신과 조 전 장관, 박 전 비서관이 모여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했다고 했다. 감찰 중단 역시 그 모임에서 결정됐다는 것이 백 전 비서관의 입장이었다.
앞서 유 전 부시장도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었다. 그는 당초 지난달 25일 박 전 비서관, 백 전 비서관과 함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항암 치료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 16일로 증인 신문일이 다시 잡혔지만, 조 전 장관 측이 유 전 부시장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면서 유 전 부시장의 증인 신문은 하지 않게 됐다.
만약 유 전 부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면 감찰 무마의 수혜자로 지목된 그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직접 증언하는 것은 처음인 상황이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자신에 대한 감찰 무마를 알고 있었는지, 사전 공모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계획이었다.
김용범 차관 "사표로 정리하자? 들은 바 없어"
지난 8월에는 이 재판에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증언대에 섰다. 김 차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과 관련해 ‘사표 수리로 정리했으면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 차관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금융위 고위 의사결정권자였다.
검찰은 “김용범이 청와대 회의 때 들어와 저를 만나 청와대의 입장이 뭐냐는 취지로 묻기에, 청와대 입장은 ‘사표 수리 정도로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백 전 비서관의 진술을 제시했고, 이에 김 차관은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차관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에 사표를 낸 건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가는 데 필요한 절차였던 것이지, 감찰과 관련된 건 아니라고도 했다. 김 차관은 “민주당에 가기 위한 사전 조치가 ‘공무원 사직’이라 사표를 낸 것”이라며 “(청와대로부터) 사표를 받으라고 명시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이 본인의 강한 희망에 따라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간 것이라는 증언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알고도 특감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부시장은 감찰 진행 당시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며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부산시 경제부시장 시절인 2010년 8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직무 관련 금융업계 종사자 4명에게 4,70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2017년 1월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최모씨에게 친동생의 취업청탁을 한 혐의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