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K-방역’이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으면서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수준과 바이오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기술사업화 기반 강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바이오허브를 3년 남짓 운영하면서 바이오 클러스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투자를 더 늘려 바이오헬스케어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4월 발표한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계획’에 따라 우수한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서울바이오허브를 짓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성과는 괄목할 만 하다.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한 68개 기업이 지금까지 1,23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485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서울바이오허브가 입주 기업들을 위해 실시한 역량 강화 교육과 투자유치·네트워킹 지원 프로그램이 큰 힘을 발휘했다.
스타트업은 크게 4개의 장벽을 넘어야 살아남는다. 아이디어를 기술화하는 악마의 강, 기술을 제품화하는 죽음의 계곡, 제품을 시장화하는 다윈의 바다, 실패 후 재도전하는 재도전의 사막이다. 서울바이오허브 입주기업들은 이제 겨우 악마의 강을 건넌 경우가 대부분이다. 죽음의 계곡과 다윈의 바다를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고 항로를 안내하는 것이 서울바이오허브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김 실장은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도약하려면 인프라 구축·확충 못지 않게 병원 등과 연계해 임상시험과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업 성장에 따른 공간 수요에 맞춰 지원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임상연구와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해 주요 병원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인프라 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민간 시설을 임차해 조성한 서울바이오산학협력센터와 서울바이오혁신커뮤니티센터가 내달 문을 연다. 입주기업 모집신청을 마감한 결과 각각 2.3대1과 1.8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 주요병원 9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임상연구와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김 실장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기관과의 협력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었다”면서 “경희대·고려대 등과 진행하고 있는 사업화 기술 발굴 지원사업을 내년에는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실장은 서울바이오허브를 포함한 홍릉 일대가 지난 7월 정부가 추진하는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신기술의 빠른 실증과 사업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강소특구에는 시·국세 감면, 국가 R&D 예산 지원은 물론 신기술 개발 규제특례제도를 통해 규제샌드박스 적용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서울시는 조만간 연구개발특구지원재단, 기술핵심기관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 연구소기업 창업 등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각 핵심기관의 기술사업화 전문인력이 참여하는 실무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중앙정부 지원과 서울시 지원 사업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서울바이오허브 입주기업은 물론 KIST, 경희대, 고려대 등 3개 핵심기관에서 보유한 원천기술을 사업화하고 창출된 수익이 재투자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강소특구 지정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된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초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려던 서울바이오펀드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리고 연구개발에서 사업화까지 성장주기별로 자금을 적시에 지원하겠다”면서 “기존 60억원 규모의 바이오분야 R&D 지원에 더해 코로나로 주목받은 방역·의료기기·언택트 의료서비스 분야를 대상으로 매년 20억원 규모의 R&D 지원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기 힘든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MSD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서울시는 현재 존슨앤드존슨과는 ‘퀵파이어챌린지’를, 노바티스와는 ‘헬스엑스챌린지’라는 유망 기업 발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김 실장은 “지금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인·허가와 특허출원 등 해외진출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비대면 의료 등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은 우수한 인적자원과 임상시험 인프라를 바탕으로 초기 스타트업의 발굴·육성에 집중하고 오송·대구·원주·송도 등 지역 바이오 클러스터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R&D와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홍릉에서 성장한 스타트업이 지방 바이오 클러스터로 이전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