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 개막과 함께 현대차(005380)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키로 지목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현대글로비스(086280)의 주가가 5% 이상 밀렸다. 석 달간 60% 이상 급등해 상승 여력이 소진됐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전 거래일 대비 5.31%가 빠진 17만8,500원에 거래를 끝냈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체제 공식화 이후 3년 내 최고가(22만2,000원)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기록한 오름폭을 상당수 반납했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000270)는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상승 폭을 키워 각각 2.69%, 3.68% 상승 마감했다.
이날 증권업계에서 최근 지배구조 개편 수혜, 신사업 확장을 재료 삼아 몸값이 급등한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됐다. KB증권·하나금융투자·신영증권이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 회장이 23.2%의 지분을 보유해 향후 지배구조 재편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상승세가 실적 개선세를 앞서 갔다는 평가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년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12배까지 높아졌다”며 “선반영된 기대감이 현실화돼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가 저수익 사업을 축소하고 유망 사업 진출 의지를 피력했지만 향후 투자에 대한 세부안이 드러날 때까지 시장이 유보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수소운반선, 배터리 렌털 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설비투자 금액은 밝히기 힘들다”고 말을 아낀 만큼 보다 선명한 청사진이 제시될 때까지 투자자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향후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투자 관망시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신사업 구체화를 확인한 뒤 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증권가는 대체로 긍정적 시각이다. 최근 원화 강세라는 변수가 돌출했지만 지난 2·4분기를 바닥으로 점진적 회복세는 유지될 것이며 신사업·지배구조 모멘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 공장 가동률 정상화와 함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최근 사업 확장 추세를 보면 그룹 내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3·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6,681억원, 1,614억원 규모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2.8%, 38.1% 감소했다. 경제봉쇄 충격이 지속되며 외형이 축소됐지만 원가절감 등의 노력으로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에 부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