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강림’·‘외모지상주의’·‘신의 탑’ 등 미국·태국·인도네시아에서 인기 상위 순위에 오른 네이버 웹툰이 CJ ENM 콘텐츠로 재탄생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CJ가 네이버와 손을 잡고 네이버 웹툰·웹소설을 영상화할 수 있게 되면서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마블 영화가 마블 코믹스(만화)를 기반으로 한 것처럼, CJ-네이버 동맹은 인기 웹툰을 K콘텐츠 영상물로 ‘한국판 마블’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26일 네이버와 CJ그룹은 CJ ENM·스튜디오 드래곤·CJ대한통운 등 CJ그룹 3개 계열사는 네이버와 ‘공동지분교환 협약식’을 갖고,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각 1,500억원, CJ대한통운은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네이버와 교환한다. CJ ENM과 CJ대한통운은 자사주 매각, 스튜디오드래곤은 3자배정 유상증자(신주발행) 방식, 네이버는 각 상대방에 같은 금액의 자사주를 매각한다. 이번 지분 교환으로 네이버는 CJ ENM과 CJ대한통운 모두 3대 주주로 각각 5%, 7.85%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번 동맹을 통해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콘텐츠 분야다. 인기 웹툰 다수를 보유한 네이버의 지적재산권(IP)를 바탕으로 방송 콘텐츠 제작 기술을 보유한 CJENM이 이를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네이버웹툰은 작년 말 기준 100개 국가 구글플레이 앱마켓에서 만화 분야 수익 1위를 기록했고 CJ ENM은 이미 영화 ‘기생충’, 드라마 ‘도깨비’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CJ의 콘텐츠 기획력은 이미 검증을 받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양사가 공동으로 투자한 프리미엄 IP 중 일부를 CJ가 우선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고(高)부가가치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양사는 공동 콘텐츠 투자 펀드 조성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총 3,000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으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OTT)인 CJ그룹의 ‘티빙’도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후발주자인 티빙은 네이버와 손잡고 번들링(묶음판매) 서비스 등을 진행해, 신규 고객 확보 기회가 열렸다. CJ그룹 관계자는 “네이버가 티빙 지분 투자에도 참여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맞설 수 있는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가 지분 교환으로 e커머스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싼 가격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 구축에 3,800억원을 투자한 CJ대한통운으로서는 네이버 쇼핑 입점사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양사는 시범적으로 추진하던 e-풀필먼트 사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물류 인프라 공동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객들에게는 최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e커머스 쇼핑ㆍ물류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물류 관련 기술개발에도 상호 협력해 수요 예측, 물류 자동화, 재고배치 최적화,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의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한층 정교화해 스마트 물류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향후 양사는 사업제휴협의체를 통해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기술 등 미래유망 분야 추가 공동사업 기회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김보리·박형윤 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