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올 연말 라디오·TV·유튜브 방송에 직접 출연해 젊은이 등 국민들을 대상으로 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직접 알리기로 했다. 현직 장관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까지 고려하면서 방송에 별도로 직접 나와 정책을 알리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남북·북미 관계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9월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대북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남북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 한 번 고취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통일부는 올 11월 말~12월 이인영 장관이 직접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편성을 추진한다. 사업 예산은 총 2억2,298만원으로 라디오 방송 1개, TV 방송 2개가 대상이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11월16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로 녹화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라디오 방송의 경우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묻다(가칭)’라는 주제로 동해선 육로 금강통문 앞에 야외 스튜디오를 설치해 제작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해당 지역이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인 만큼 장소 사용이 불발될 경우 동해안 최북단의 금강산전망대나 강원 고성의 제진역, 통일전망대도 대체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 시사프로그램과 연계한 대담 형식이 유력하며 예상 방송 시간은 20분~1시간이다. 유튜브로도 생중계하기로 했다.
TV 방송의 경우 ‘젊은 세대에 전하고 싶은 통일이야기’를 콘셉트로 1시간 이내의 강연·토크 프로그램 출연 형식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의 딱딱한 전문가 대담 형식을 벗어나 최대한 이 장관이 친밀감 있게 통일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 출연까지 선택지에 포함시켰다.
이 장관이 이렇게 직접 통일정책 알리기에 나선 것은 최근 악화된 대북 여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심화된 통일 무관심을 어떻게든 타파해 보려는 목적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내 남북평화 분위기를 되살리려는 이 장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사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통일과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이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사업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 없다’고 답변한 20대와 30대 비중은 각각 35.3%, 30.8%에 달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24.7%는 물론, 40대(19.3%)와 50대(18.8%)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통일부의 정책추진 방향과 현 정세·향후 구상을 자연스럽게 전달, 평화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추진 중”이라며 “다만 장관 출연 여부, 프로그램 내용 등은 확정되지 않았고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 주요 인사로 방송에서 직접 외교안보 이슈를 알린 대표적 인물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다. 그는 2017년 6월과 7월, 2018년 3월, 올해 5월 등 총 네 차례나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했다. 선출직 가운데는 고(故) 박원순 시장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18년 1월 MBC ‘라디오스타’, 2019년 초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 예능 프로그램에 몇 차례 출연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지난해 하반기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10여 회나 출연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7년 아내와 함께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고정 출연했다. 2010년에는 KBS ‘아침마당’에 당시 기준으로도 전직이었던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잇따라 출연했다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홍보마당’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