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休]내려보면 절벽이지만…올려보면 절경이구나

[포천 한탄강지질공원센터]

'有一無二' 강 주변 주상절리엔 단풍 수놓고

비둘기낭폭포 하늘다리선 4억년 시간여행

겸재가 그린 화적연은 '영평8경' 불리울 만

멍우리협곡. 화적연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협곡으로 양쪽 강기슭을 따라 하천의 침식작용에 따라 형성된 수직의 하식애(절벽)가 주상절리 형태로 발달해 있다.멍우리협곡. 화적연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협곡으로 양쪽 강기슭을 따라 하천의 침식작용에 따라 형성된 수직의 하식애(절벽)가 주상절리 형태로 발달해 있다.



몇 해 전 조그만 고기잡이 나룻배를 타고 한탄강을 따라 내려온 적이 있다. 그때 협곡의 풍광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자 사공이 “지금 경치는 아무것도 아니고, 가을철 절벽을 비집고 뿌리를 내린 단풍의 모습이 절경이니 그때 다시 오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껏 남하하는 단풍 전선(前線)보다 약간씩 앞서 취재에 나섰던 과오를 이번에야말로 만회하겠노라”며 포천시를 향해 집을 나섰다.

제주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 현무암 주상절리는 바닷가에 있지만 포천시에서는 강 주변에서 현무암 주상절리(柱狀節理)를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사례다. 한탄강 일대에서는 폭포, 현무암 주상절리, 판상절리, 하식동굴 등 다양한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데 그중 대교천 현무암협곡, 비둘기낭폭포, 아우라지 베개용암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있다.

그 독특한 경광을 일별하기 위한 여정은 포천 한탄강지질공원센터에서 시작됐다. 세련된 구조물 안에 풍부한 자료를 구축한 지질공원센터에서 만난 이수경 지질공원해설사는 “바닷가가 아닌 포천시에 이 같은 풍광이 연출된 이유는 50만~13만년 전 사이 휴전선 북쪽 평강군 오리산과 680고지 일원에 수차례 화산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때 분출한 용암이 한탄강을 메우며 파주·문산까지 내려갔고, 점차 냉각되면서 현무암 용암대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지가 흐르는 물에 다시 깎이면서 4~8각형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탄강 상류의 좁은 U자형 협곡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비대칭협곡이나 완만한 경사의 하천으로 변모한다.


센터를 나와서 발걸음을 옮긴 첫 번째 코스는 비둘기낭폭포다. 비둘기낭폭포는 하식동굴과 주상절리·판상절리·협곡·용암대지 등이 한곳에 모여 있어 이 지역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표면 30m 아래에 있는 비둘기낭은 외침이나 난리가 있을 때마다 인근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됐고 이후 군사지역으로 지정돼 접근이 통제되다가 근래 들어서야 일반에 공개됐다. 수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사전에 포천군청이나 한탄강사업소에 허가를 받으면 폭포 아래까지 내려가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문을 자물쇠로 잠가 놓았다. 이수경 해설사는 “물의 흐름에 따라 암반이 침식되면서 비둘기낭폭포는 점차 상류로 이동하고 있다”며 “지난여름 내내 이어진 폭우로 비둘기낭폭포 위까지 물이 거의 차올라 지형에 변화가 생길 정도로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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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는 비둘기낭 바로 옆에 있다. 이 다리는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보도교로 국내 유일의 현무암 침식 하천인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을 굽어볼 수 있다. 다리의 길이는 200m, 높이 50m인데 일부 바닥이 유리로 돼 있어 다리를 건너면서 밭 밑에 흐르는 한탄강을 관찰할 수 있다. 하천 양편이 신생대 지형과 고생대 데본기에 형성된 지질층으로 각각 형성된 연대가 달라 다리를 건너면 4억년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화적연은 영평8경중 하나로 높이가 13m에 달하는 화강암괴가 한탄강변에 솟아있다. 모습은 달팽이를 닮았는데 겸재 정선이 경치에 감탄해 작품으로 남겼을 정도다.화적연은 영평8경중 하나로 높이가 13m에 달하는 화강암괴가 한탄강변에 솟아있다. 모습은 달팽이를 닮았는데 겸재 정선이 경치에 감탄해 작품으로 남겼을 정도다.


창수면과 관인면 일대에는 영평강과 한탄강이 합수하는 언저리에 8개의 절경이 몰려 있는데 이를 ‘영평8경’이라 부른다. 화적연은 이 8경중 하나로 높이가 13m에 달하는 화강암괴가 한탄강변에 솟아 있다. 모습은 달팽이를 닮았는데 겸재 정선이 경치에 감탄해 작품으로 남겼을 정도다.

하지만 지질공원센터에서 본 겸재의 그림 속에서는 그저 높이 솟은 바위로 묘사돼있다. 진경산수로 사실적 묘사에 천착했던 겸재가 화폭에 담을 당시만 해도 화적연은 높은 바위였다는 얘기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강물과 바람에 깎여 지금으로 모습으로 변화했음은 불문가지다. 이수경 해설사는 “화적연의 기이한 모습을 보고 신비한 기운이 서려 있다고 믿어온 까닭에 숙종 때까지는 가뭄이 들면 삼정승 중 한 명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며 “내가 포천에 사는 동안에도 이곳에서 기우제를 세 차례나 지냈다”고 말했다.

하늘다리에서 바라본 한탄강. 하늘다리 양편은 신생대 지형과 고생대 데본기에 형성된 지질층으로 각각 형성된 연대가 달라 다리를 건너면 4억년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하늘다리에서 바라본 한탄강. 하늘다리 양편은 신생대 지형과 고생대 데본기에 형성된 지질층으로 각각 형성된 연대가 달라 다리를 건너면 4억년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화적연에서 15분 거리에는 양쪽 강기슭에 침식으로 형성된 수직의 하식애(절벽)가 주상절리 형태로 발달한 멍우리 협곡이 있다. 이 해설사는 “협곡의 길이는 약 4㎞로 주상절리 절벽의 높이는 20~30m 정도”라며 “절벽 하단부로는 강물이 암석의 약한 부분을 침식시켜 만든 작은 하식동(하식동굴)이 30개 이상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해마다 돌단풍이 붉게 물들어 절경을 이뤘으나 올해는 수해 탓인지 단풍이 드문 편이다. 단풍의 밀도가 희박하다고 해도 병풍처럼 둘러친 협곡의 풍광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한 노고를 보상받기는 충분하다. /글·사진(포천)=우현석 객원기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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