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장시간 근로문제와 집단적 괴롭힘인 태움 문화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중지를 모았지만 ‘의대정원 확대’에 발목이 잡혀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는 27일 공익위원 권고문을 발표했다. 보통 경사노위 업종·의제별 위원회는 합의문을 도출하고 활동을 종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공익위원 권고안만 마련한 것이다. 10월 말인 활동시한도 연장하지 못했다.
권고문에는 보건의료업종의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은 근로시간 상한의 예외를 적용받아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일반적인데 노사정이 이를 개정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신·출산·육아·돌봄 등에 따라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결원 인력을 산출해 별도 정원으로 확보하는 ‘모성 정원제’의 도입 논의도 요구됐다.
이처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전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로 경영계가 논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공익위원들은 설명했다.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마지막 순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배경에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 집단행동이 있었다”며 “지난 10월 8일 정부는 의사인력 확충 문제를 정부와 의사협회의 협의체(의정협의체)에서 다루기로 했기 때문에 경사노위에서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위원회는 합의안에서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내용을 빼거나 문구를 ‘점진적으로’ 등으로 조절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경영계에서 추가 논의에 대해서 반대했다. 위원회 활동을 연장하는 안도 합의할 수 없었다. 공익위원으로 참가한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 모성보호, 직장내 괴롭힘 등의 문제에 대해 다른 어떤 산업업종 보다도 노사가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은 곳도 없을 것”이라며 “인력확충을 전제로 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