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증하는 가계 신용대출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서민의 자금줄까지 규제할 생각은 없다”는 원칙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소상공인·서민층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신용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핀셋 규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 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금융의날’ 기념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DSR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해야 한다는 것에는 다 찬성하고 있다”며 “다만 이 부분에서 언제,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정부 내부적으로 DSR 규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대신 부동산 투기자금을 겨냥해 핀셋형으로 강화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시사했다. 은 위원장은 “돈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대출받은 돈이 생활자금으로 가는지, 부동산으로 가는지 모르지 않느냐”며 “가급적이면 그런 부분(부동산)을 제한적으로, 핀셋 규제로 해보려고 하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이게 ‘핀셋이냐 전체냐’를 두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론적으로 일반 서민이나 시민들이 일상생활하는 데까지 규제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현재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신규 대출을 얻을 때만 적용된다. 은행들은 차주가 1년에 내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대출을 내준다. 비은행권의 DSR 규제비율은 60%다.
최근 ‘영끌’ 등으로 신용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DSR 규제 강화로 이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도 DSR 40% 규제비율을 적용하거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DSR이 적용되는 주택 가격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시가 6억원으로 낮추는 방안, 규제비율 40%를 30%로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정부가 DSR 전면 확대보다는 ‘핀셋 규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규제비율을 일률적으로 낮추거나 DSR 적용을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어떤 방법이 서민과 일반 수요자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집 사는 부분에 (투기자금이 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인지) 고민하면서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받는 분이 불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정부는 낮춰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며 “자금이 생산적으로 갔으면 하는데 투기적 수요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금융기관 건전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은 위원장은 “방향성은 맞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과거로 소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