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BTS(방탄소년단)의 언급을 문제 삼은 것은 한국에 대한 경고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를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중국 현지 대학에 있는 한 한국 교수는 최근 BTS 논란에 대해 이런 해석을 전했다. BTS는 이달 초 ‘밴플리트상’ 수상소감으로 “양국(한미)이 한국전쟁에서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자”고 말했는데 중국 관영매체와 일부 누리꾼은 이것이 중국의 존엄성을 공격했다며 터무니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 외에는 누구도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은 언급이었다.
29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계기로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나서면서 미중 갈등이 한층 격해지고 이에 따라 한국 등 다른 국가들에 대한 줄 세우기가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5중전회를 10월 말에 개최해 향후 15년의 중대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중국의 마이웨이를 보여준다는 표시다. 오는 11월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이 중국은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정치와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지며 인근 국가들에 대한 강요도 더 세지고 있다.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 이미 화웨이 등의 미국 제재에 반대하며 중국을 지지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사회적인 면에서도 기후변화 등 국제의제 논의에서 자기편이 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동차와 같은 메이저 산업 시장에서도 중국의 위세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27일 중국 당국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2035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중국 내 판매 비중을 50% 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술렁거렸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됐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들의 모순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중국 경제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하며 주요국 중에서 유일하게 중국에 플러스 성장(1.9%) 점수를 줬다. 세계 경제가 중국 시장이라는 ‘성장엔진’을 더욱 필요하게 만든 것이다.
이를 반영해 중국은 다음달 5일 상하이에서 제3차 국제수입박람회를 개최하며 대외개방 확대를 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세계 최고 국가가 되려는 야심을 품은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라면서 “다만 이를 어떻게 포장하느냐가 다른 국가의 자발적 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