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는 ‘화수분’이다.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선수들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난다.
29일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 아마추어 추천선수로 출전한 윤이나(17·진주외고1·사진)도 여자골프의 미래로 꼽히는 재원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전국 규모 대회에서 20승 넘게 올린 ‘트로피 부자’다.
2년째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윤이나는 특히 지난해 제43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네 번째 중학생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열린 올해 대회는 7위로 마쳐 원재숙(1986~1988년) 이후 32년 만의 2연패 도전이 아쉽게 무산됐다. 윤이나는 “2연패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마음을 비우려고 했는데 욕심을 누르지 못한 게 아쉽다”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올해 7월 한국주니어선수권 우승, 송암배 아마추어 준우승 등으로 ‘아마추어 무대가 좁은’ 윤이나는 만 18세가 되는 내년 5월2일 프로로 전향할 예정이다. 한국아마선수권 우승과 국가대표 2년 경력으로 KLPGA 준회원 자격을 얻게 돼 3부인 점프 투어부터 시작한다. 그의 계획대로 내년 3부에서 2부(드림 투어)로 승급한 뒤 2부 투어 상금랭킹 20위 안에 들면 2022시즌부터 KLPGA 정규 투어에 입성하게 된다.
지난달 추천 선수로 출전한 팬텀 클래식에서 공동 14위에 올라 10차례 나선 프로 대회 중 최고 성적을 거둔 윤이나는 “프로 무대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면서도 “보완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대회보다 그린 스피드가 빠르고 러프도 깊어 코스 세팅이 어렵다”며 “100m 이내 웨지 샷과 퍼트가 중요할 것 같다”는 다부진 분석도 했다. 드라이버 샷 평균 240m를 쉽게 보내는 장타자인 윤이나는 가장 자신 있는 샷으로 웨지 샷을 꼽았다. 30야드 이내의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주 무기로 삼을 생각이다.
10세 때 아빠를 따라 스크린골프장에 갔다가 처음 골프를 접한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롤모델은 ‘핫식스’ 이정은(24·대방건설)이다. “항상 노력하는 모습, 경기 중에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는 그는 “거침없는 플레이도 닮고 싶다”고 했다. 공격적인 골프를 하는 윤이나는 그런 점에서 박성현의 스타일도 좋아한다. 주 3~4회, 1~2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운동을 하며 체력도 키우고 있는 그는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최종 목표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이날 대회 1라운드에서는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언더파 스코어(1언더파 71타)를 작성해 20위권에 자리하며 당당하게 첫날을 마쳤다. /서귀포=박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