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보소득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일부 예외조항을 마련했지만 ‘정상적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투자·고용·연구개발(R&D) 등에 쓴 비용은 최대 3년까지 유보소득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의 추가 보완책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기획재정부가 김용범 1차관 주재로 대한상의에서 개최한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공개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대한건설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선주협회에서 본부장급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기재부 측에 과세 대상이 되는 금액의 적립기간 기준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한편 특수관계자 기준 (80%)의 추가 완화, 전통제조업 등 일부 업종의 과세 제외 대상 포함 등을 요구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투자계획을 미리 세우기 때문에 2년 내에 R&D 투자 등으로 유보금 집행이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은 돈을 모아 시설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관련 기준을 5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며 “정부 측은 무늬만 법인인 기업에 과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결국 애꿎은 기업이 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요구한 숫자 수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통제조업과 건설업 등을 벤처기업처럼 제외해달라는 요구에는 어렵다는 답변을 전달했다. 업종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무늬만 제조업인 케이스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또 유보소득세 법안 폐지를 건의하기도 했으나 기재부 측은 “과세 형평성 문제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앞서 기재부는 개인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유보소득 과세를 부과하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공개하며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개정안은 최대주주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이 유보금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또는 자기자본의 10% 이상 쌓아둘 경우 이를 배당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물리는 내용이다.
정부가 이번에 공개한 시행령 개정사항은 이자·배당소득, 임대료, 부동산·주식·채권 등의 처분 수입과 같은 수동적 수입 비중이 50%를 밑도는 ‘적극적 사업법인’의 경우 당기 또는 향후 2년 이내에 고용·투자·R&D를 위해 지출·적립한 금액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또 벤처기업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거나 다른 법률·제도 등의 적용을 받는 법인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자나 임대소득 등의 소득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의 유보소득에만 세금을 매기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 차관은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도입을 추진하되 정상적인 법인이 성장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설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양철민기자 이상훈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