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깜깜이 3억 대주주' 될라…사모펀드, 주식매도 가속

3억 기준, 올 연말까지 보유주식에

사모펀드 통한 간접 지분까지 합산

개인, 사모펀드 포트 알수 없어 문제

주식 매도물량 9월 이후 1.8조 넘어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를 판단하는 기준에 사모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연말 기준 사모펀드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대해 ‘깜깜이’인 상태에서 투자자가 별도로 보유한 주식과 합쳐 3억원이 넘는지를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각종 사고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양도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사모펀드의 주식매도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29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기준으로 투자자가 사모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주식과 직접 갖고 있는 주식의 금액을 합쳐 종목당 3억원을 넘으면 세법상 ‘대주주’에 해당해 내년 4월 이후 매도 시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특수관계인 보유지분까지 합쳐 대주주를 판단하는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지만 종목당 3억원에서 이를 상향할지 여부는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 공모펀드와는 달리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의 지분율만큼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본다. 예컨대 A씨의 사모펀드 지분율이 20%이고 이 사모펀드가 삼성전자 주식을 10억원어치 들고 있으면 A씨는 삼성전자 주식 2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약 A씨가 이외에도 삼성전자 2억원어치를 직접 투자하고 있다면 A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총 4억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인정돼 ‘대주주’가 된다. A씨가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내년 4월 이후 팔아 양도차익을 남기면 최소 22%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다만 펀드 내 수익은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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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연말 기준으로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를 개인투자자가 알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연말이면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통해 펀드 투자종목을 문의해오기도 한다”며 “다만 투자 종목과 비중이 매일 바뀌고 있어 12월 말 특정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미리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자산가들의 경우 아예 사모펀드 비중을 줄이거나 환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대형금융사의 세무사는 “지난해만 해도 과세 기준이 종목당 10억원으로 높아 사모펀드 보유 종목까지 신경을 써야 할 투자자가 많지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는 예정대로라면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펀드 포트폴리오에 대한 ‘깜깜이’ 상태에서 대주주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양도세 리스크는 주식형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에 환매 연기나 부실운용이 불거졌던 사모펀드들은 매출채권·메자닌·해외자산 등에 대한 투자 펀드가 주를 이뤘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운용사고 리스크는 없었음에도 연초부터 꾸준히 환매가 이어졌으며 특히 지난달부터 환매 강도가 거세졌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에서 쏟아내는 주식 물량도 지난달 1조1,969억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도 6,500억원 이상 쏟아냈다. 대형증권사의 펀드판매 담당자는 “2018~2019년 설정됐던 주식형 사모펀드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며 “투자자들의 수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연말 대주주 양도세 확대라는 리스크까지는 지기 싫어하면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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