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경제지표에 고무된 듯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주요 지표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경기회복을 가리키고 있다”며 낙관론을 폈다. 그는 이어 “모처럼 밝은 지표들을 보니 국민 여러분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생각이 든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27일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9%를 기록한 뒤에도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경제사령탑의 말만 들으면 위기가 거의 끝나가는 게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경제주체의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사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축배를 들 만큼 녹록지 않다. 글로벌 상황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추가 경기부양책이 미뤄질 경우 4·4분기 경기는 급랭할 수 있다. 미국의 3·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33.1%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도리어 금융시장은 향후 경로에 더 큰 우려를 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경제지표 호전의 착시에 빠져 단맛에 취할 때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재정 확대 투입 외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렇다 할 수단을 준비하지 못했다. 한국판 뉴딜은 기존 정책의 재탕·삼탕이 대부분이었고 좀비기업 옥석 가리기도 진척이 없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구조개혁 노력 없이 시간만 끌어온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정부는 신산업 발굴을 위해 규제 완화 등 민간의 활력을 배가할 정책조합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재정을 화수분처럼 여기는 정책을 펴면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뿐 아니라 경제위기에도 대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