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보이스피싱 꼼짝마”...금융사, AI·빅테이터로 방어벽 높인다

송금계좌로 사기의심거래 탐지

맞춤형 사기 예방진단표 활용도

당국 '피해 선보상'법안 추진엔

"예외기준 마련 부작용 막아야"




매년 보이스피싱 피해가 증가하면서 금융사에서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하거나 정보기술(IT) 업체와 제휴를 맺으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급증하는 피해에 금융당국이 ‘선보상’이라는 칼까지 꺼내 들면서 업계에서는 선보상 예외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저축은행·보험사·핀테크 등 업권에 상관없이 금융권이 각종 기술을 동원해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토스는 이날 간편송금 이용 시 보이스피싱 등 송금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사기의심 사이렌’ 서비스를 출시했다. 간편 송금 시 받는 사람의 연락처와 계좌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사기의심거래로 신고된 이력이 있는지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지난 9월부터 두 달간의 시범 운영 결과 10만건 이상의 사기의심거래를 탐지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문구로 구성된 금융사기 예방진단표를 시행하기로 했다. 통상 시중은행에서 거액 인출시 검찰·경찰·금융감독원 직원의 전화를 받았는지, 저금리 정부지원금 대출을 받기 위해 기존 거래실적이 없어야 하니 돈을 인출·송금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는지 등의 진단표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여기에서 나아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분석하고 피해유형을 세분화했다. 가령 50~60대 여성 고객에게는 가족·지인을 사칭한 카톡·문자 피싱에 주로 사용되는 문구로, 청년층 고객에게는 구매대행, 단기 알바를 사칭하는 피싱 문구로 된 진단표를 보여주는 식이다. 고령층·취약계층을 위한 보조진단표도 개발해 오는 11월 중 시행할 방침이다.


SBI저축은행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SK텔레콤과 손잡고 ‘2way 양방향 거래인증’ 방식의 서비스를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송금받는 계좌 명의자와 휴대폰 명의자가 동일인인지 검증하고 문자인증코드를 이용해 수취인의 거래 의사를 확인한 뒤 돈을 송금하는 서비스다. 은행은 지인을 사칭해 돈을 빼가는 사기를 막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 또한 콜센터를 통해 접수된 내용 중 ‘보이스피싱’ ‘명의도용’ 등 단어를 AI가 선별해 큰 피해가 우려되는 사안을 금융사고 예방 비상대응반에서 집중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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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금융사가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데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피해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구제신청 건수는 지난 2016년 1만7,040건에서 일년 만에 2만건을 넘어서더니 2018년에는 3만건으로 뛰었다. 피해액 역시 2016년 1,468억원에서 지난해 6,398억원으로 늘었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주요 근거지인 중국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지면서 올해는 다소 줄었다. 지난 8월까지 보이스피싱은 2만1,014건에 4,529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반기에 중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덩달아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도 상당히 줄었다”면서 “코로나 확진이 줄고 중국에서 활동을 점차 재개하면서 최근 보이스피싱이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보이스피싱의 피해가 매년 늘어나는 데는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교묘해진 탓이 크다. 검찰, 경찰, 금감원을 사칭해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건 이제 ‘옛말’이다. 가족, 지인을 사칭해 입금, 대리 결제를 유도하거나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금융지원·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가장해 돈을 빼내가고 있다. 지난해 30대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한 경우가 6,041건으로 60대(4,617건), 70대 이상(1,065건)을 뛰어넘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늘어나는 보이스피싱에 고민이 깊다. 금융위원회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금융사가 원칙적으로 배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도 금융사가 먼저 보상을 해야 한다는 데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7월 선제적으로 보이스피싱에 선보상을 도입한 토스·카카오페이에서도 실제로 선보상한 경우가 여러 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토스에서도 선보상을 악용할 가능성을 고려해 경찰 신고 등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금융사의 우려를 당국에 전하고 구체적인 선보상 면책 사유 등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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