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낸 이동통신 3사가 ‘텔레콤’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통사 수장들이 앞다퉈 ‘탈(脫)통신’ 선언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이통사들의 정체성이었던 ‘텔레콤’을 사명에서 빼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본업인 ‘통신’ 사업이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통사들이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비통신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산업 변화가 가속화 되는 가운데 이통사들의 사업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통사들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통신사업에서 비통신 사업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구현모 KT(030200) 대표는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진행된 ‘디지털-X 서밋 2020’에서 “KT는 통신기업 ‘텔코(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KT는 성장하지 않는 올드(Old)한 기업이 아니다”며 “미디어·금융·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KT만의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성장성이 더디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KT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그는 오는 2025년 KT 전체 매출 20조원 중 통신과 비통신 비중이 현재의 6대4에서 5대 5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도 지난달 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ICT멀티플렉스(복합 체험 공간)인 T팩토리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T팩토리의 T는 SKT의 텔레콤이 아니라 기술(Technology)과 미래(Tomorrow)의 의미를 담았다”며 기존 ‘텔레콤’의 상징이었던 ‘T’의 의미를 재해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영상 MNO 사업대표도 “지금까지 SK텔레콤의 브랜드로서 T는 그동안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다분히 이동통신으로서 T의 의미가 많았다”며 “우리가 만들려는 T는 뉴 ICT를 지향하는 T”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T에 대한 다른 정의를 내리려는 SK텔레콤은 이미 사명 변경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새로운 사명 후보군으로 ‘T 스퀘어’와 ‘SK투모로우’, ‘SK하이퍼커넥터’, ‘SK테크놀로지’ 등이 떠오르고 있다. SK텔레콤의 사명변경 움직임은 기존 이동통신(MNO)을 넘어 미디어·커머스·보안 등 뉴 ICT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탈통신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달 16일 ‘T맵’을 담당하는 사업부문을 분사해 모비리티 사업을 본격화 하며 탈통신 움직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2010년 사명에 텔레콤을 떼 버린 LG유플러스(032640)는 케이블업계 1위 LG헬로비전(구 CJ 헬로)을 인수하는 등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5세대(5G) 기반 무인지게차와 물류로봇 등을 국내 이통사 최초로 최근 열린 로봇 전시회인 ‘2020 로보월드’에 선보이는 등 이른바 ABC를 기반으로 한 기업간 거래(B2B)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비통신 사업 강화로 LG유플러스의 3·4분기 영업이익은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은 LG유플러스의 3·4분기 연결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7% 증가한 3조3,630억원, 영업이익은 54.49% 상승한 2,410억원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도 매출액은 같은 기간 6.8% 늘어난 3조 3,689억원, 영업이익은 45.7% 성장한 2,280억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디어 플랫폼 사업 강화 차원에서 인수한 헬로비전과의 시너지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사실 올 들어 지난 2·4분기까지 헬로비전의 실적성장이 정체되면서 LG유플러스와 큰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실제 헬로비전의 2·4분기 실적은 디지털 방송 가입자 이탈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1.3% 각각 줄었다.
이통사들이 앞다퉈 탈통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기존 통신 사업만으로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신 사업 부문은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당분간 하겠지만 내수시장의 한계로 인한 성장성은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5G 설비를 위한 막대한 투자금이 나가고 있는 상황에 각종 정부 규제와 통신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현재 이통 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지난 2·4분기 기준 3만1,000원 안팎 수준으로 정체된 모습이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한 디지털화가 속도를 내면서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비통신 분야가 화두로 떠오른 점도 이통사들의 탈통신 발걸음을 빠르게 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비통신 신사업 부문은 어디까지 성장할지 예측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잠재 성장성이 큰 곳”이라며 “코로나 19 이후 더욱 빨리진 디지털 혁신의 기반으로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를 활용한 사업 분야에서 상당한 수익이 창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통사들을 이제는 통신사가 아닌 종합 ICT 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이통사들은 비통신 분야에서 다양한 수익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