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소·중견 건설기업들이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대봉쇄로 인해 해외사업의 비중이 큰 건설기업들은 인력 및 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입국금지 조치 등 여러 제약으로 전에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보다 빠르게 환경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국가인프라시설(SOC)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스마트 건설기술을 보다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소 건설기업들의 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중소·중견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경로를 밟고 디지털 신기술로 무장해 해외진출을 꾀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해볼 것을 제안한다. 건설안전사고의 70%를 차지하는 소규모 건설현장에 스마트 안전기술을 보급하고 공적개발원조(ODA)사업 등과 같은 정부 주도의 해외사업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정책이 병행되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중소기업의 혁신기술 개발, 실증 및 현장 적용뿐만 아니라 데이터 공유, 디지털 트윈 구현 관련 표준 등 정보지원까지 뒷받침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성과들이 축적된다면 첨단 스마트 건설기술을 도구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도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첨단 연구인프라와 연구인력을 보유한 출연연과 대학이 중소·중견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향상과 스마트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전진기지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기업들의 애로사항들을 접수해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해결하는 ‘중소기업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243개 기업이 참여하면서 연평균 12% 신장의 연구생산성과 총 253억원 규모의 후속 매출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지원사업들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셋째, 건설산업의 창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투자재원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170억원 규모의 국토교통 혁신펀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불모지인 건설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국내외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연간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나아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확대 등 투자와 회수가 선순환되는 투자 생태계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넷째, 건설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창출한 건설상품과 서비스가 정부 공공구매시장에 신속히 조달될 수 있도록 입찰 및 발주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실제로 다양한 디지털 융합기술들이 실증 및 인증, 실적확보 문제 등으로 시장진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첨단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채택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하는 스마트 건설 시범사업의 도입, 신속한 기술검증사업의 확대와 잠정적 건설기준의 도입, 혁신기술 및 융합형 제품들을 설계단계부터 반영시킬 수 있는 발주 프로세스를 제도화해야만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중소·중견기업들이 전통적인 건설생산 시스템에서 협력업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코로나 시대는 위험(危)과 기회(機)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우리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첨단기술을 무기로 상생·공존하고 중소·중견기업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