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당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여당 지도부이기 전 한 여성으로서 천근만근 무거운 시간을 보내며 저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송구하다는 말씀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명시된 당헌을 따르는 것이 책임일 수도 있고 공천을 포기하는 것이 바른 정치일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책임이 면책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비난이 두려워 1,300만 유권자의 선택권마저 박탈하는 것이 과연 책임정치인가 되물었다”며 “외면을 회피하는 정당이 아닌 정면으로 책임을 다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후보 공천 결정의 정당성에 힘을 실었다.
이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마음을 돌려놓는 일이 훨씬 더 어렵고 고통스럽다. 그 고통스럽고 험난한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이 자격이 있는지 직접 시민들께 여쭙겠다. 선택받아 용서받고 자랑스러움으로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투표에 참여한 당원들을 향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여러분께 어려운 선택을 강제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혜를 모아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져버렸냐는 비난도, 공천 자격이 있냐는 비난도 지도부가 달게 받겠다”며 “당원이 죄라면 잔인한 선택을 강요받은 것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당헌을 개정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권리당원(80만3,959명) 중 21만1,804명(26.35%)이 투표에 참여, 86.64%가 찬성한 결과다.
본래 당헌을 원칙대로 적용한다면 민주당은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어서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 2015년 당 혁신 차원에서 신설된 ‘무공천 원칙’이 5년 만에 폐기됐다. 현행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민주당은 이번 투표를 거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 단서를 다는 식으로 당헌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