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판도를 뒤엎는 막판 변수를 일컫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결국 없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역전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극적인 경기회복 등을 기대했지만 결국 현실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지핀 바이든 아들에 대한 의혹도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e메일 스캔들’만큼 파급력을 갖지는 못했다.
우선 코로나19 백신은 대선 전 개발이 불가능하다. 제약사 중 가장 유력한 후보인 화이자는 당초 계획했던 ‘10월 승인 신청, 대선 전 출시’라는 목표를 미뤘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사에 대한 막대한 지원으로 백신 개발을 앞당기려 했지만 제약사들이 임상시험 과정에서 부작용을 발견하며 올해 안에 백신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백신 개발에 나선 제약사들이 연내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위한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미 식품의약국(FDA)은 내년 1월 전에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회복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미국의 올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 33.1%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최근 코로나19 감염 속도가 3~4월의 1차 확산 때보다 심각해지면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2·4분기에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조치로 미국 경제가 31.4% 역성장한 만큼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꺼낸 바이든 스캔들 카드도 대선 판도를 뒤엎을 주된 변수로 작용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6년 대선에서는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e메일 스캔들로 직격탄을 맞은 반면 바이든 후보의 경우 그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을 둘러싼 의혹의 파괴력이 훨씬 약하다는 것이다. 연방수사국(FBI)은 4년 전 대선을 약 열흘 앞두고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e메일로 기밀문서를 주고받았다는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에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승리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NYT는 “경기회복, 코로나19 백신, 바이든 스캔들이 대선 레이스를 뒤흔들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이 10월 마지막 날 사라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찾아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