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예능이 점차 다양화되는 분위기다. 스포츠 선수 출신들을 필두로 한 스포츠 종목 게임부터 리얼 버라이어티, e스포츠, 로드 버라이어티까지 예능의 형식도 다채로워지는 중이다.
남녀 레전드 스포츠 선수들을 전면에 배치한 JTBC ‘뭉쳐야 찬다’와 티케스트 E채널 ‘노는 언니’ 이후, KBS2 ‘위 캔 게임’, 야구말구축구 등이 가세하면서 예능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스포츠 예능 콘셉트에 가장 충실한 프로그램은 ‘뭉쳐야 찬다’다. ‘뭉쳐야 찬다’는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이후 잠잠했던 스포츠 예능을 다시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스포츠 1인자들이 ‘어쩌다 FC’라는 축구팀을 결성, 전국 축구 고수와의 대결을 통해 조기축구계 전설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축구선수 겸 감독 출신 안정환, 씨름 선수 이만기, 농구 선수 허재, 야구 선수 양준혁, 테니스선수 이형택, 기계 체조 선수 여홍철, 테니스선수 이형택, 이종격투기선수 김동현, 스케이트선수 모태범 등 올림픽 및 국제 대회에서 저명한 선수들이 대거 출연해 활약을 펼친다. 이들의 성장 스토리와 함께 불타는 승부욕, 실패와 좌절, 값진 승리의 순간들을 담는다.
지난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뭉쳐야 찬다’는 평균 3%대 시청률에 불과했다. 그러나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츰 인기를 얻으면서 최고 시청률 10%를 돌파했고, 지난 1일엔 ‘어쩌다FC’와 ‘미스터트롯FC’의 재대결이 펼쳐져 최고 시청률이 11.3%(닐슨코리아/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까지 치솟았다.
반면 여성 스포츠 선수들로만 구성해 차별화를 둔 ‘노는 언니’는 스포츠 선수들을 내세운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깝다. ‘노는 언니’는 평생 운동만 해온 언니들이 인생에서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제대로 ‘놀아보는’ 세컨드 라이프 프로그램이다.
전 골프 선수 박세리, 펜싱 여제 남현희,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곽민정, 전 배구 선수 한유미, 수영선수 정유인 등이 출연한다. ‘나 혼자 산다’에서 ‘리치 언니’란 별명으로 예능에 먼저 발을 담근 박세리를 제외하면 출연진 대부분이 방송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매 회 승부욕과 몸 개그로 ‘노는 데’에 집중하고, 의외의 솔직함과 허당미로 색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한편 ‘위 캔 게임’은 K-게임과 e-스포츠를 소재로 한 게임 예능프로그램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축구 스타 안정환과 이을용이 e스포츠로 다시 한 번 축구에 도전하는 ‘e런 축구는 처음이라’와 전 야구 선수 홍성흔 가족이 1박 2일 게임 여행을 떠나서 게임으로 소통하며 갈등을 극복하고, 여가 콘텐츠를 만드는 ‘찐가족오락관’으로 구성됐다.
특히 스포츠 스타들이 현실이 아닌 가상에서 e스포츠 게임에 도전해, 대결을 펼친다는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신선하다. 게임 속 그라운드에서, 그리고 발이 아닌 손으로 하는 게임은 처음인 안정환과 이을용은 마음과는 다르게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한다. 실제 앞선 제작 발표회에서 두 사람은 “손으로 축구를 하자니 너무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온라인에서는 쪼렙인 이들이 ‘세계 e스포츠 대회 출전’이라는 목표 하에 만렙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게임의 매력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연출을 맡은 이정욱 PD의 설명이다. 두 사람의 서툰 온라인 축구게임 실력 외에 안정환과 이을용, 동갑내기 절친의 티격태격 케미도 프로그램의 또 다른 볼거리다.
2일 첫 방송을 앞둔 ‘축구야구말구’는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생활 체육을 활성화 시켰던 KBS가 ‘전 국민 1인 1체육을 목표’로 내놓은 새로운 스포츠 예능이다. 대한민국 야구 레전드 박찬호와 축구 레전드 이영표가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일반인 생활 체육 고수를 찾아 떠나며, 운동선수 출신의 명예를 걸고 재야의 고수들과 한 치의 양보 없는 진검 승부를 펼친다.
박찬호와 이영표의 만남은 방송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예능프로에 동반으로 고정 출연해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두 종목의 레전드 스타를 한 화면에서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머치토커’로 불릴 만큼 탄탄한 입담을 갖춘 두 사람의 신박한 케미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처럼 최근 스포츠 스타를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은 특정 MC 없이도 2인 이상 혹은 단체로 출연해 새로운 웃음코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또 다른 종목에 도전한다든지, 일반인을 상대로 승부를 펼친다든지, 스포츠 선수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본연이 지닌 인간미와 캐릭터를 마음껏 선보이는 중이다.
스포츠 레전드들의 예능 도전이 시청자를 사로잡고, 스포츠 예능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