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더불어민주당이 전당원투표를 명분으로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야권이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의 공당으로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야권의 비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당헌 개정을 위한 당 중앙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보궐선거 후보 공천 절차에 착수했다.
◇野, “국민 약속을 당원투표로 뒤집어”=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국민의당·정의당 등 야권은 일제히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책임 없는 정치”라고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민주당이 불과 5년 전 책임정치를 하겠다고 만든 당헌을 스스로 번복했다며 비판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재임 당시 만든 조항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투표만 갖고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온당한 것인지 모두가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단언컨대 오늘로써 민주당은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의 공당으로서 사망 선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스스로 도덕적 파산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원투표를 명분으로 내세운 민주당=민주당이 당헌을 바꾸는 데 당원투표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안 대표는 “중국집 사장님들 모셔놓고 중식과 일식 중 뭐가 낫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라며 “범죄자가 셀프 재판해서 스스로 무죄를 선고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당 대표단회의에서 “민주당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비상식적 꼼수이니 ‘당원들의 폭넓은 선택권’이라는 구차한 변명 뒤에 숨은 것 아니냐”며 “당원투표가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때는 혁신의 방편으로 사용했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모습은 분명 민주당 역사의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젠더 감수성 부족’ 지적도=오거돈 부산시장 등이 성범죄 의혹으로 사퇴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는 것 자체가 ‘젠더 감수성의 부족’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여성들이 계속 성폭력 위험 속에 놓여도 정권만 재창출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냐”며 “민주당의 행태는 미투 운동이 만든 성평등 사회를 앞장서서 가로막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이 같은 야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날 ‘당헌 개정을 통한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86.64%가 찬성하고 13.36%가 반대한다는 투표 결과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하고 당무위원회 부의 안건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현행 당헌 규정에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덧붙일 계획이다. 이어 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을 완료한 후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와 선거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들어간다.
/김인엽·김혜린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