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미국 대선 결과 및 대선 후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로 국내 증시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지수 반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이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는가 하면 해외주식 투자 역시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가 관측되며 일명 ‘바이든 수혜주’로 꼽히는 주식들이 급등했지만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은 14조9,000억원에 그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급락하기 전인 지난 3월6일(14조4,700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이날 유가증권 거래 대금은 8조4,136억원으로 8월 일 평균 거래대금(16조1,974억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두드러지는 코스닥 시장 역시 하루 거래액이 6조5,077억원에 그치면서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변동성 우려를 뚫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에 비해 각각 1.46%, 1.30% 상승한 2,300.16과 802.95를 기록하며 하루 만에 1,300선과 800선을 간신히 회복했지만 급감한 거래액 탓에 ‘불안한 반등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심리 위축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직접 투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0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을 사고판 규모는 총 139억달러(15조7,000억원)로 집계돼 9월(243억달러)보다 42.79%나 급감했다. 순매수 기준으로 보면 10월은 약 13억달러로 전월(28억달러) 대비 53.57% 줄었다. 특히 미국 주식 거래가 크게 감소했다. 10월 미국 주식의 총 거래 규모는 9월(228억달러) 보다 43.42% 감소한 129억달러로 집계됐다. 홍콩 및 중국 본토 주식의 거래가 각각 전월 대비 26.22%, 25.73% 줄어든 것보다 더 큰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대금 급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 대선을 꼽고 있다.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어느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확실시되지 않고 있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하지만 선거 후 우편투표 개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가능성 등의 변수가 남아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이런 선거 국면은 통상 시한이 정해져 있는 변수로 여겨지지만 결과를 놓고 혼란이 가중될 경우 시장이 더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에쿼티 헤드는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게 되면 시장의 많은 부분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시장의 변동성은 가중될 수 있으며 1월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처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 대통령 수혜주’에 베팅하는 것을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 기대감으로 ‘바이든 수혜주’로 꼽히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는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수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한 주가는 정책 공백기를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30년간 미국 신정부들은 취임 이후 실제 정책을 내기까지 평균 12개월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 점을 볼 때 ‘블루 웨이브’ 관련 주식의 투자 적기는 대선 불확실성이 있는 현 시점보다 신정부 정책이 본격 가동되기 전인 내년 2·4분기께가 좋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