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철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연금제도가 ‘기금형’으로 바뀔 경우 위험 노출도가 늘어날 뿐 아니라 책임 소재와 보호장치 부재로 인해 노사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경총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경총은 “‘기금형’ 제도는 현재 ‘계약형’ 제도의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기책임 하에 적정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 의원은 개정법률안 발의를 통해 ‘계약형’ 퇴직연금제도 외 ‘기금형’ 제도의 추가 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따르면 회사가 직접 퇴직연금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계약형 제도가 수익률이 저조하다며 기금형 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금형을 도입할 경우 회사가 노사 동수 및 외부 전문가가 이사로 참여하는 별도의 수탁법인을 설립해 신탁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경총은 계약형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원리금보장형 위주의 자산운용 비중이 90%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총은 “가입자의 무지와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미래 노후생활의 안정적 보장을 위한 차원이 그대로 투자 패턴에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금형 제도가 도입될 경우 개별 가입자의 적립금 운용 지시를 수탁법인 이사회가 대리해 유연한 운용을 통해 주식과 펀드 등 실적배당형 자산 운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투자손실을 방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어 근로자의 수급권 강화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금형 제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금융선진국에서 수탁법인의 도덕적 해이와 위법행위로 투자손실 등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 퇴직급여가 위험에 노출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손실이 발생할 경우 피해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사용자에게까지 부담이 전가,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경총은 기금형 제도 도입 시 회사가 설립해야 할 수탁법인의 인력, 조직, IT 시스템, 외부컨설팅 자문료, 자산운용 전문인력 등 과중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원리금보장형 위주의 자산운용 구조를 개선한다면 수익률 개선에 대한 과장된 기대로 위험을 초래하는 기금형 제도 도입 보다는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현행 제도의 미비점 개선이 필요하다”며 “계약형 제도 속에서 근로자가 자기 책임 하에 투자상품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