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8번 출구를 나와서 왼쪽을 바라보면 거대한 두 동짜리 건물이 시선을 빼앗는다. 출구를 나서자마자 보이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1분가량 걷다 보면 어느새 건물 앞에 도착한다. 지하철 4호선과 6호선이 지나는 삼각지역 ‘초역세권’, 황금 입지에 자리 잡은 역세권 청년주택 1호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사진)’가 주인공이다. 황금 입지에 자리 잡은 이 건물에 대해 ‘기찻길 옆 닭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세권 청년주택 1호 가보니=기자가 찾은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하 7층, 지상 37층, 총 2개 동으로 이뤄진 이 건물은 높은 주거비용에 시달리는 청년과 신혼부부들도 합리적인 가격대에 주요 역세권에서 거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다. 두 동짜리 거대한 건물에 총 1,086가구가 입주하는데 이 중 763가구가 민간임대로, 나머지는 공공임대로 채워진다. 청년 1인 가구는 전용 19㎡와 39㎡, 신혼부부는 전용 44~49㎡ 평형을 선택할 수 있다.
월세가 비싸기로 유명한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임대보증금 비율(30%·50%·70%)에 따라 월세가 달라지지만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 19㎡ 1인용 원룸의 경우 민간임대 기준 최소 12만원 수준이다. 삼각지역 인근의 원룸 월세가 60만~70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주변 월세가 60만~70만원에서 비싼 곳은 100만원도 넘는데 역세권 청년주택은 그에 비해 많이 저렴할 뿐 아니라 내년에 완공되는 신축 건물이라 시설도 깨끗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접수가 진행된 민간임대 물량의 최고 경쟁률은 92.36대1에 달했다. 공공임대 물량도 최고 경쟁률이 105.3대1(청년 39㎡A타입)을 기록했다.
◇용적률 무려 962%, 닭장 건물?=하지만 용적률이 무려 962%에 달하는 ‘고밀도 주택’인 만큼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인근 아파트 단지 내 B공인 관계자는 “두 동짜리 건물에 1,000가구가 넘게 들어가는 건데 그래서인지 ‘닭장’ 같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부동산 카페에는 이 건물이 주거시설인지 기숙사인지 헷갈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외관뿐 아니라 생활여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건물 바로 뒤편에 지상철이 지나가고 소규모 공장단지와 고가도로가 인접해 소음과 분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기찻길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인근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심모씨는 “창문을 닫으면 참을 만하지만 창문을 열어놓으면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음이 상당하다. 화물을 실은 열차가 지나갈 때는 소음 정도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밀도 개발이 일정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산처럼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청년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소셜믹스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유형의 주택들을 서로 섞어 짓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