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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강종구 "퍼스트 펭귄 심정으로 비임상 CRO 개척…K방역 위상 높여 보람"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교수)

20년 전 CRO 불모지인 국내서 창업

컨테이너를 연구·사무실 삼아 뛰어들어

기초 경영지식도 없어 숱한 시행착오

매년 10명 안팎 해외연수 투자 안아껴

외국서도 인정받는 비임상업체로 우뚝

민간 첫 美 FDA 'GLP 적격승인' 통과

메르스·코로나 등 안전성 평가 주역에

CRO 사업 '다양한 경영노하우' 살려

2013년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 설립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멘토 되고파




IMF 경제위기 당시 벤처붐이 일던 지난 2000년 충북대 수의대 뒤편에 20㎡(6평)짜리 컨테이너가 설치됐다. 오늘날 국내 최대 비임상위탁연구기업(CRO)으로 성장한 ㈜바이오톡스텍의 첫 연구실 겸 사무실이다. 강종구(65·사진) 충북대 수의대 교수가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들이 차고에서 창업한 것처럼 컨테이너에서 국내 최초의 민간 CRO에 도전한 것이다. 처음에는 강 교수의 제자를 제외하고는 외부 연구원은 물론 관리·행정직조차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있는 3개의 큰 연구동도 모자라 인근에 또다시 연구개발(R&D) 부지 확보에 나설 정도로 커졌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유럽 등에서도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 등 비임상시험을 연 수백건 맡길 정도로 인정받고 있어 격세지감이다.






특히 이 회사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세포·동물시험 위탁이 쏟아지며 ‘바이오·생명과학의 히든 챔피언’ 또는 ‘K방역의 숨은 공신’이라는 호평까지 받는다. 실제 코로나19 진단키트(솔젠트)는 물론 이뮨메드·엔지켐생명과학·대웅제약·부광약품·진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후보물질의 비임상시험을 위탁했다. 강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비임상 또는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다”며 “합성의약품·바이오의약품·백신·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건강기능식품·화학물질·생활용품 등의 신물질을 탐색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세포시험이나 동물시험을 맡긴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최근 오창 본사를 찾은 기자에게 “컨테이너에서 시작해 지금은 연 1,500여건의 위탁연구 중 30%가량은 일본과 유럽 제약사들로부터 수주하고 있으니 나름 성공하지 않았느냐”며 허허 웃었다. 그러면서 창업 이후 국내의 대표적인 안전성 시험 수행 연구 회사로 키우기까지 갖은 우여곡절에 대해 “책으로 써도 몇 권은 될 것”이라며 털어놓았다.

먼저 20년 전 CRO 불모지인 국내에서 창업한 배경에 대해 일본에서 CRO가 먼저 활성화된 것을 눈으로 확인한데다 김대중 정부에서 교수가 회사 대표를 겸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게 기회다’라며 뛰어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서울대 석사를 마친 1985년 은사님인 이영순 전 식약처장께서 일본의 CRO에서 연수할 수 있도록 추천해 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에 따라 현지 CRO인 하이폭스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신물질 독성평가를 하며 국내에서 선구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1990년 충북대에 부임한 그는 10년간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다가 ‘IMF 경제위기 극복에 일조하겠다’는 생각으로 선도적으로 교수 실험실 창업에 뛰어든다. 정부가 1982년 안전성평가연구소라는 출연 연구기관을 설립했으나 민간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강 교수는 “당시 국내 제약사들은 ‘국내에서 시험해봐야 선진국의 허가기관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해외 CRO에 많은 돈을 주고 후보물질에 대한 노하우까지 제공하고 있었다”며 “글로벌 비임상 CRO를 만들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고 회상했다.

마침 국내 대학 연구실 중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많은 정부 R&D 과제를 수행하면서 수백건의 신물질에 대한 약효·독성시험을 한 경험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재무제표 등 기초 경영지식도 없이 창업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정부 출연연에 비해 급여가 3분의1수준에 불과해 제자들을 제외하고는 전공자를 구할 수 없어 애로가 컸다.

이후 그는 벤처캐피털들로부터 16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모 은행장을 설득해 69억원의 대출도 받아 창업 1년 6개월 만에 오창에 첨단연구소를 차리게 된다. 강 교수는 “창업 초기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생 벤처가 과잉투자해 곧 망할 거야, 정부기관과 어떻게 경쟁한다고…’라고 혀를 끌끌 찼다”며 “그럴수록 시험결과에 조그마한 실수가 있어도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 다시 시험해 신뢰를 받았다”고 담담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벤처 버블이 꺼진 뒤 벤처투자 암흑기로 가며 2005년 더 이상 투자유치가 불가능한 실정에서 은행도 대출연장을 거부해 큰 위기에 빠진다. 강 교수는 “설상가상으로 다른 개인들의 차압까지 몰려 ‘사업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고민할 정도였다”며 “다행히 은행에서 그동안 무보수로 일하며 두 번이나 전 재산을 가수금으로 넣어 직원 급여를 해결했던 것을 감안해 대출을 3년 연장했고 중도에 다른 은행에서 저금리로 대환할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그는 ‘회사를 팔라’는 유혹도 많이 받았으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소중한 기업이 쉽게 무너질 수는 없다. 회사를 지키자’고 하는 직원들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고비를 넘기자 행운이 찾아온다. 이 무렵 국내와 일본에서 시험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2007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이다. 불과 창업 7년 만으로 지방대 교수로서는 처음이었다. 이는 창업 초기부터 일본 시장을 공략해 현지 제약사인 다케다·에이자이·아스테라스 등의 수주를 받은 게 주효했다. 그는 “다만 당시 바이오업종에 대한 불신이나 CRO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인해 저평가돼 대규모 신규사업이나 투자 재원 마련은 녹록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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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이 행운 뒤에는 위기가 닥쳐왔다. 당시 주식을 스와프한 일본의 제휴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장폐지돼 오히려 30억원이라는 엄청난 손실을 보며 크게 휘청거리게 된 것이다. 벤처 사냥꾼이 주가하락과 강 교수의 낮은 지분율을 틈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가하기도 했으나 셀트리온에서 투자유치를 하면서 경영권이 안정되고 매출이 신장돼 고비를 넘긴다. 지금도 셀트리온은 강 교수에 이은 이 회사의 2대 주주이다. 그는 “당시 전문 인력과 시설 투자에 엄청난 공을 들이던 상황이라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타격이 컸다”며 “그래도 연구 인력과 시설 투자 확대를 멈추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 한때 매년 10억원가량의 적자를 볼 때도 10명 안팎의 인력을 일본에 1개월씩 연수를 보내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뚝심 있게 인력을 키운 결과 이 회사는 ‘비임상 분야의 인재 사관학교’라는 말을 공공연히 듣게 된다.



강 교수는 “연간 국내 시험 1,000여건, 일본과 유럽 등 해외 시험 500여건 이상을 수행해 20년간 약 3만건의 시험을 했다”며 “해외 고객의 요구조건은 더 까다로운데 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15년에는 민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GLP 적격승인을 통과했다”고 뿌듯해했다. 이를 통해 올해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지만 앞서 신종플루, 메르스, 백수오 사태, 멜라민 가짜분유 사건, 유전자변형 옥수수 등 건강과 안전에 관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안전성 평가의 주역을 담당했다. 매년 수행하는 약 200여개의 물질 검증을 통해 의약품 백신, 세포치료제,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에서 연 50건 이상 제품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2011년에는 글로벌 기업인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제안을 받고 합작 분석전문회사(SBB)를 설립했는데 2년여의 협의 끝에 51%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1위의 비임상 CRO로 우뚝 선 것을 해외에서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CRO 사업은 막대한 시설과 장비·인력이 필요하지만 민간 CRO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20년 동안 전무했다”며 “한때 ‘제발 그냥 내버려두고 방해나 안 했으면 낫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을 벤처정신으로 이겨냈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후 그는 CRO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게 된다.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멘토로 나선 것이다. 바로 세종벤처파트너스다. 그는 “신생 바이오벤처의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메워주기 위한 것으로 현재 1,000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교수는 “기회가 닿으면 임상 CRO 인수도 추진하겠다”며 기초연구, 동물시험, 생체분석에 이어 앞으로 임상데이터 관리, 인허가 컨설팅까지 신약개발 전체를 아우르며 글로벌 톱7 CRO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피력했다. 이어 “그동안 ‘맨땅에 헤딩하기’식으로 ‘퍼스트 펭귄이 되자’는 심정으로 일했고 외줄 위에서 외발 자전거를 타는 서커스단 곡예사처럼 움직였다”며 “시간이 아까워 골프도 하지 않았는데 내년 2월 정년퇴임을 하면 좀 시작해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청주 오창(충북)=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 권욱기자



△1955년 대구 △서울대 수의대 학사·석사 △도쿄대 수의병리학교실 박사 △1985~1989년 일본 하이폭스연구소 연구원 △일본 방사선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 △1990년~ 충북대 수의대 교수 △1994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방문교수 △2000년~ 바이오톡스텍 대표 △2007∼2009년 한국실험동물학회 이사장 △2011년~ SBB 대표 △2013년~세종벤처파트너스 대표 △2014~2017년 대한수의학회 이사장



위탁연구업체(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는 의약품·건강기능식품·농약·화학물질·화장품 등의 신물질을 탐색, 개발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연구개발(R&D) 용역을 수행한다. 신물질 개발의 대부분을 CRO에서 수행해 CRO 역량이 기업의 R&D 성패를 좌우한다. 비임상은 후보물질 탐색검증에 이어 세포와 동물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를 하는 것이다. 동물실험은 쥐·토끼·햄스터·강아지·물고기·영장류를 대상으로 일반독성·특수독성·약효약리·약물동태·독성동태를 시험한다. 비임상 시험을 통과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게 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개발 기간은 평균 14년7개월에 개발비용은 8억8,000만달러(약 1조원)이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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