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쌍순환 전략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시간은 2008년 8월8일 저녁8시8분이었다. 중국인들이 8을 행운의 숫자로 여겨 그랬다는 얘기도 있지만 미국 아침 방송시간에 맞추려는 목적이 더 컸다는 게 정설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서 ‘쌍순환(雙循環)’ 경제전략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연설 시간을 저녁8시로 정했다. 미국 워싱턴 시간으로 4일 아침7시다. 어쩌면 미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될 수도 있는 시각에 쌍순환 전략을 빌려 중국의 위세를 과시해보려는 속셈은 아닌지 모르겠다.

쌍순환은 시진핑이 5월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제기해 지난달 중국공산당 제19기 5중전회에서 채택된 중국의 새 부국(富國)전략이다. 5중전회는 이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의 경제 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이 2035년까지 매우 큰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10년쯤 뒤에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40년 전 덩샤오핑도 쌍순환을 강조했다. 중국 학습시보(學習時報)는 “1980년 개혁개방 정책이 채택된 이래 (쌍순환이) 중국의 경제발전을 지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쌍순환은 국제순환에서 얻은 힘으로 국내순환 활성화를 꾀한다는 덩샤오핑의 ‘이외촉내(以外促內)’의 쌍순환에서 벗어났다. 국내순환을 핵심으로 한 ‘이내촉외(以內促外)’ 쪽으로 핸들을 돌린 것이다.

관련기사



경제에서 쌍순환의 기치를 든 시진핑은 안보에서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유훈을 버렸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도광양회는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할 때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몸을 낮췄다는 계책이다. 덩샤오핑은 이를 미국 상대로 중국이 취할 확고한 원칙으로 강조했지만 시진핑은 전랑(戰狼·늑대)외교로 미국에 발톱을 드러냈다. ‘쌍순환 연설’을 굳이 4일 밤으로 정한 것에서도 중국의 서슬 퍼런 칼날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인들은 대선 다음 날 아침부터 중국의 구매력을 과시하며 미중 협력을 요구하는 시진핑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연설이 미국인들에게 힘을 앞세운 협박으로 들릴지 간절한 호소로 들릴지 궁금하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