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드는 한국에서 일하던 몽골인 부부 사이에서 올해 5월 △심장의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의 벽(중격)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1개씩의 구멍이 있고 △대동맥·폐동맥 간 연결 통로인 동맥관이 막히지 않은 상태로 태어났다. 심실중격결손, 심방중격결손, 동맥관 열림증(개존증)이라고 하는데 상태가 심한 경우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성장·발육이 더디고 각종 합병증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정상 심장은 수축할 때 산소를 많이 함유한 동맥혈을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흘려보낸다. 그런데 아난드는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구멍이 대동맥판막 직경의 3분의2보다 커 동맥혈 중 일부가 좌심실에서 우심실→폐동맥→폐로 새나갔다. 이 때문에 좌심실은 새나간 만큼의 혈액을 전신으로 짜내느라 무리해 심장이 붓고(울혈성 심부전) 숨이 가빠 모유 등을 잘 먹지 못했다.
좌우심방 사이의 벽과 동맥관에도 1개씩의 구멍이 있었지만 다행히 크기가 작아 심장의 부담을 가중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동맥관은 태아가 태반과 탯줄로 연결된 배꼽정맥을 통해 산소·영양분을 공급받는 동안에는 열려 있다가 출생과 함께 폐 호흡을 시작하면 12~15시간만에 기능적으로 폐쇄(막히지 않았지만 혈류 이동이 없는 상태)되고 2~3주 안에 막히는 게 정상이다.
부부는 아난드 출산 이후 몽골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돼 일용근로로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였다. 더구나 비자가 종료된 상태여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3,000만원 정도 하는 수술비 마련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소아심장과 안경진 교수 등은 외래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아난드의 사정을 길병원 사회사업실에 알렸다. 아난드는 밀알심장재단과 한국심장재단, 익명의 신혼부부가 “치료 사각지대에 있는 국내외 아동·청소년 치료비로 써달라”고 보내온 기부금으로 지난달 26일 수술을 받고 이달 2일 무사히 퇴원했다.
의료진은 아난드의 가슴뼈를 열고 인공심폐기를 가동한 상태에서 심장을 둘러싼 보호막인 심낭의 일부를 잘라내 좌우심실 사이의 구멍을 메우고 꿰맸다. 크기가 작은 좌우심방 사이의 구멍은 그냥 꿰매서, 동맥관 구멍은 클립을 물려서 메웠다. 아난드는 수술 경과가 좋아 심부전 약물치료도 중단했다.
아난드의 아빠 엥흐 아브랄트씨는 “아기를 살려준 한국 국민과 길병원, 기부자님들께 어떻게 감사인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하루 빨리 몽골로 돌아가 아난드를 건강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길병원은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432명의 해외 심장병 어린이를 초청해 치료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김양우 길병원장은 “아난드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기부자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