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경질 인사' 지양하는 文...洪 사의 논란 끝에 '교체 카드' 꺼내나

홍남기, 3일 文에 사의 표명...文, 즉각 반려

洪, 이후에도 "후임자" 거론하며 사퇴 의지

장수 장관 교체와 함께 직에서 물러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했지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직서를 돌려 보냈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에도 홍 부총리는 “후임자가 올 때까지는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직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재신임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자신이 물러난 후의 상황을 가정해 발언한 것이다. 홍 부총리가 이같이 강력한 사퇴 의지를 밝힌 만큼 연말·연초로 예상되는 개각 시기에 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경질성 인사’를 지양한다는 점에서 홍 부총리가 다른 장수 장관들과 함께 ‘보기 좋은 모양새’로 함께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주식 양도세 부과요건이 되는 대주주 기준 논란과 관련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2개월간 계속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서 제가 현행대로 가는 거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제가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깜짝 발언했다. 그간 기재부는 대주주 기준으로 ‘종목당 3억원 이상’ 확대안을 고수했지만, 여당의 반대에 밀려 혼란만 남긴 채 기존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결정된 상태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정부안이 관철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듯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기재위원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본인 거취 얘기를 공개적으로 한 이유가 궁금하고 당혹스럽다. 대통령 참모 역할로 보이는 게 아니고 기성정치인의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홍 부총리는 “그건 의원님 개인 판단이고 저는 개인으로서 판단이 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기가 스스로 견딜 수 없었다”고 받아쳤다. 정부가 여당과의 대척점에 선 채 대주주 확대안을 고수했다가 무산된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그러면서 “정치적 행동이라고 했는데 저는 정치라는 단어가 접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충돌했던 지난 4월에도 사퇴설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여당에 반대하며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설”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토론하다 보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혀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와 ‘표심’을 우선시하는 여당 사이의 극심한 갈등을 짐작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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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으나 반려됐다. 사진은 지난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으나 반려됐다. 사진은 지난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연합뉴스


‘외딴 섬’처럼 고립된 상황에서도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변함없는 신임을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홍 부총리로부터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을 당시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내수와 고용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받았다. 지난 8월 13일, 내년도 예산안 중간보고를 받을 때에도 문 대통령은 “OECD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가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 대한 전적인 신임을 표명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이 주요 선진국보다도 선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발을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장관은 지난 6월 17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틀이 지난 19일에서야 사표를 재가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사표를 즉각 수리할 것이라는 예측을 깬 것이었다. 그 사이 18일에는 문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하고 사의 표명에 대한 입장을 경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신중한 인사 스타일과 홍 부총리의 사퇴 의지를 함께 고려할 때 결국 ‘마지막 경제사령탑’이 임명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차관급 인사에 이어 연말·연초 개각설이 흘러나오는 만큼 홍 부총리도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의 뒤를 이을 경제사령탑은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인 ‘한국판 뉴딜’을 신속히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홍 부총리의 교체와 맞물려 청와대 경제팀의 진용이 정비될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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