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스마트팜 사관학교의 호소 “농업인재 뛰어놀 시장을 키워달라"

천안 연암대 가보니

첨단농법 교육에 연 250억 투자

차세대 전문가 육성하고 있지만

전국 농대생 3%만 전공분야 취업

선진국선 '농업계 구글' 탄생 불구

韓농업, 대기업 막아 영세성 여전

연암대 학생들이 3일 충남 천안 본교에 있는 대형 스마트팜 유리온실에서 실습하고 있다. /천안=성형주 기자연암대 학생들이 3일 충남 천안 본교에 있는 대형 스마트팜 유리온실에서 실습하고 있다. /천안=성형주 기자



충남 천안시에 있는 농업사관학교인 연암대에서는 요즘 중장비가 동원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설비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 농축산 실습시설 확장을 위한 작업이다. 3일 서울경제가 방문한 캠퍼스 현장에서도 50억원 이상이 투자돼 최첨단 오토메이션 기능을 구비한 스마트축사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김규현 기획처장은 “(LG그룹의) 연암재단 등에서 지원을 받아 등록금 수입의 4배 정도인 250억원 정도를 매년 투자하고 있다”며 “스마트팜 구축·운영을 비롯한 교육사업에 집행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업 인재를 육성 중”이라고 밝혔다.

김규현 연암대 기획처장이 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스마트팜 교육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천안=성형주기자김규현 연암대 기획처장이 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스마트팜 교육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천안=성형주기자


연암대는 400여평 규모의 유리온실을 비롯해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백미는 마치 반도체 생산라인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고도의 청정 정밀설비를 갖춘 ‘수직농장’이다. 수직농장은 양압 시스템을 갖춰 외부 오염물이 공기를 타고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수직농장 건물에는 일종의 인공태양처럼 식물성장 전용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달려 있고 채소의 영양공급은 토양이 아니라 영양액을 통해 이뤄진다. 지능형 설비가 영상과 각종 센서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채소 포기마다 최적의 상태로 자라도록 LED 광원의 조도와 영양액 주입량, 이산화탄소 공급량을 조절한다. 스마트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 온도와 습도를 식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수준으로 자동 조절한다.

김주원 연암대 차세대농업기술센터장이 3일 충남 천안 염암대 캠퍼스 내에서 운영 중인 스마트팜 수직농장을 안내하고 있다. /천안=성형주 기자김주원 연암대 차세대농업기술센터장이 3일 충남 천안 염암대 캠퍼스 내에서 운영 중인 스마트팜 수직농장을 안내하고 있다. /천안=성형주 기자


스마트팜 시설을 개념설계한 주역은 김주원 연암대 차세대농업기술센터장이다. 김 센터장은 LG그룹 계열사들의 스마트팜 핵심기술을 응용해 지난 2016년부터 스마트팜 개념설계에 적용했다. LG전자의 세계 최고 수준 공조기술, LG CNS 및 LG유플러스의 ICT와 전산시스템 체계 등이 녹아 있다. 김 센터장은 “LG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스마트팜과 관련한 설비 요소기술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활발히 진출해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연암대는 재학생 약 1,000명의 소수정예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스마트농업 관련 전공과정을 운영 중이다. 졸업생 대부분이 농업 관련 기업·기관에 진출하거나 직접 농업창업을 한다. 특히 스마트팜 관련 전공자들은 LG그룹 계열 농업기업 팜한농이나 혁신농업기업 팜에이트, 농업분야 정보기술(IT)기업 엔씽 등에 진출하고 있다. 이 학교 스마트원예계열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세연씨는 “저희 졸업생들을 보면 30% 정도는 영농창업을 하고, 나머지 70% 정도는 농업분야 기업에 취업을 하고 있다”며 “저도 졸업후 농업분야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전문재배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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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암대 졸업생들의 높은 농업 진출률은 국내 농업계열 전공자 중 특수한 경우로 꼽힌다. 전국 국공립대학들에서 대부분 농업대학을 운영 중이지만 졸업생 중 대다수가 농업 외 분야로 취업하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국내 전체 농업계열 대학 전공자 중 졸업 후 농업 분야에 몸담는 비율은 채 3%도 되지 않았다”며 “국내 농업산업에 연간 8,000~1만명 정도의 인력수요가 발생하는데 지금과 같은 인력수급 미스매치가 지속되면 결국 농업산업의 공동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농가들은 영세하고 대기업의 농업진출 규제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제한적이다 보니 전국 농업계열 대졸자들이 비농업 분야로 취업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의 농업진출은 가능하지만 4~5년 정부보조금을 받고 운영하다가 폐업하는 중소기업들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은 스마트팜 중심으로 농업산업이 재편되고 있고 이를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며 “스마트팜 등 국내 농업 분야에도 대자본 진출을 허용해 농업전공 인재들이 뛰어놀 수 있는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LG그룹이 새만금에 대규모 스마트팜을 구축하려고 산학협력을 통한 사업을 추진해 인재양성 효과가 기대됐지만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주원 연암대 차세대농업기술센터장이 3일 충남 천안 본교에서 모니터에 표시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작물 재배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천안=성형주 기자김주원 연암대 차세대농업기술센터장이 3일 충남 천안 본교에서 모니터에 표시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작물 재배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천안=성형주 기자


곽유리나 연암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농업을 영위하지 않던 NEC·후지쓰 같은 전자기업들이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농업기업들은 스마트팜 하드웨어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소프트웨어까지 선점해 ‘차세대 농업분야의 구글’처럼 커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스마트팜산업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질 좋은 빅데이터 포집과 산학협력을 수행할 수 있는 규모 있는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스마트농업의 또 다른 분야인 스마트축산분야에선 영농 창업을 위한 진입규제를 정부가 개선하고, 초기 투자비용과 노하우를 기업 등이 지원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연암대 스마트축산계열 2학년인 윤재남씨는 “졸업후 양계를 하려고 하는데 앞으로 축사를 새로 지으려 해도 규제가 심해 부지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걱정”했다. 이어서 “스마트양계장은 과거의 양계장들과 달리 악취가 거의 나지 않고 깨끗하게 관리되는데에도 규제는 과거 양계장 기준으로 적용돼 주거지역에서 1~2㎞이내에는 축사를 지을 수 없는데 요즘 산꼭대기조차도 마을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주거지역으로) 개발이 돼 육계업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천안=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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