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역외지주회사(SPC) 방식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에 투자할 때는 재무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실적이 좋더라도 국내에 상장된 역외지주사의 상환능력과 자본구조는 매우 부실할 수 있다고 4일 밝혔다.
외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실제 사업을 운용하는 회사의 주식예탁증서 또는 주식을 직접 상장하거나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역외지주사를 설립해 지주사를 상장하는 두 가지가 있다.
역외지주사 설립 및 상장은 예를 들면 중국의 중소기업이 홍콩에 역외지주사를 설립한 뒤 이 지주사를 한국 증시에 상장해 유상증자하거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중국 내 사업회사로 보내 활용하는 식이다.
문제는 사업회사의 우량한 실적만 보고 역외지주사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 상장됐던 한 역외지주사는 연결 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이 5,000억원 이상으로 재무 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보였으나 자체 상환능력이 거의 없었다. 이 회사는 250억원의 사채를 갚지 못해 상장폐지 됐다.
법령상 역외지주사는 본국 사업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외에 별도재무제표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자체 수익구조, 유동자산 현황 등 상환능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금융당국은 역외지주사가 국내 조달 자금을 사업회사에 빌려주거나 출자할 때 해당국 외환거래 규제를 지키지 않으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위험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공시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 개정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며 “개선 전이라도 역외지주사에 투자할 때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22개다. 이 중 역외지주사가 13개(코스피 12개·코스닥 1개)이고, 나머지 9개은 사업회사의 주식이나 예탁증서를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