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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빅딜 가뭄에... ‘볼트온’ 집중하는 PEF

VIG, 상조업계 이어 중고車 연이어 투자

알짜 매물 줄고 신규 거래 성사 어려워지자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밸류업에 '사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볼트온(유사업체와의 인수합병) 전략을 앞세워 산업 재편에 한창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알짜 매물이 줄어들자 투자 기업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관리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4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스몰캡 분야의 대표 주자인 VIG파트너스(VIG)는 동종업종의 매물에 투자해 시너지를 내는 볼트온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상반기 프리드라이프와 홈누리마트에 투자한 데 이어 최근 AJ셀카 인수에 참여해 우선협상권을 얻어냈다. 올해 진행한 투자업체 대부분이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종목이다.

VIG의 볼트온 전략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완료한 프리드라이프 인수는 상조업계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6년 좋은라이프 인수를 시작으로 상조업에 뛰어든 후 중형 업체를 연이어 사들인 VIG는 보람상조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던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면서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됐다. 이 거래로 대형업체가 난립했던 국내 상조업계를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슷한 전략으로 이번엔 중고차 사업에 투자금을 쏟았다. VIG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오토플러스를 통해 AJ네트웍스(095570)가 보유한 업계 3위 AJ셀카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이달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현대차와 쏘카 등 중고차 시장에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투자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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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파트너스와 비롯해 미드캡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은 자금력을 활용해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에 주로 대형 사모투자펀드들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쓰였던 전략이지만 최근엔 중견중소기업에 투자한 펀드들도 볼트온 전략을 구사해 대형화를 이뤄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은 전자세금계산서 1위업체 비즈니스온(138580)의 기업가치 확대를 위해 올해 글로핸즈와 플랜잇파트너스를 연이어 인수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해외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헬스밸런스는 피트니스스토어에 추가 투자했고 CVC캐피탈이 보유한 여기어때는 망고플레이트에 투자해 각각 건기식, 여행업 분야에서 사세를 넓히고 있다. 중소 환경업체를 사모아 국내 최대 환경 업체로 거듭난 EMC홀딩스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다.

볼트온 전략은 M&A로 기업가치를 키워 투자회수(엑시트) 단계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이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라는 특수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아웃(경영권 매각) 거래 기준으로 올해 조원 단위의 딜은 SK건설이 인수한 EMC홀딩스와 한앤컴퍼니가 사들인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은 위축돼 있다. 투자할만한 알짜 기업은 코로나 19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가격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어 매수자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자 사모펀드들은 신규 투자 대신 전략적으로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최근 블룸버그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말 누적 기준 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한 M&A 거래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거래 건수는 143% 늘었지만 거래 규모는 1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사모펀드가 중소형급 거래에 집중했다는 의미인데 이 중에는 볼트온 작업을 위한 거래도 포함됐다.

사모펀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도자(셀러) 중심의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어 가격을 두고 시각차를 보이는 사례가 많아 신규 투자가 어려웠던 해”라며 “펀드 수익률 관리를 위해 기존 투자 회사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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