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홍남기 사의 놓고 말바꾼 여야..."입장 이해" "정치쇼"

"부적절하다"던 與는 엄호 나서고

"소신발언" 치켜세우던 野는 비판

洪 "직무수행 최선...사의는 진심"

野와 협상 위해 전략적 선택 해석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에 대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에 대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여야의 입장이 하루 만에 달라졌다.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여당은 ‘공직자의 책임’이라며 두둔했고 ‘소신’이라고 치켜세웠던 야당은 ‘정치쇼’라고 깎아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경제부총리의 사표를 즉각 반려하며 재신임하자 여야의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재신임이 기재부 수장으로서 홍 부총리의 리더십을 회복시킨 효과를 거둔 데 이어 여당도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 ‘예산 국회’에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부총리로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진심을 담아서 사의 표명을 한 것인데 (야당이) 정치쇼라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민은 엉성한 각본에 의한 정치쇼라고 생각한다”며 “사과 표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책임지는 자세가 참 보기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국정감사 때부터 했던 소신 발언을 아주 높이 칭찬한다”고 치켜세운 것과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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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변화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기동민 의원은 “설사 결심했더라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인가”라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날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공직자로서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차원”이라며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고 엄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가세했다. 정 총리는 “대통령께서 부총리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시고 현재 예산안 심의나 한국판 뉴딜 등 여러 가지 현안이 있기 때문에 부총리가 계속 직을 수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사의를) 반려했다”고 전했다.

결국 여야의 입장 변화는 예산심의가 결정적인 배경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선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 체면을 살려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회 예산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경제 수장이 ‘코너’에 몰려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령’이 서지 않는 상황을 문 대통령의 재신임을 통해 해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역시 지난 1일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홍 부총리를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당청 입장에서는 주식 대주주 요건 강화 유예보다 재산세 6억원 이하 감면과 관련해 야당과의 협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방세법인 재산세는 예산부수법안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야당과의 협상이 중요하다”면서 “당정 간 협상에서도 6억원 이하 소신을 지켜온 홍 부총리가 야당과의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통해 협상 주도권을 쥐고 예산국회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송종호·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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