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新합종연횡 시대, 가치동맹으로 중심 잡아야

지금 세계는 전국시대 합종연횡 재연

해양·대륙세력 대립 최전선에 위치

동맹에 소홀땐 구한말 역사 반복할것

美대선 후 훼손된 동맹회복 힘써야

오현환



중국 전국시대에 최강국인 서쪽의 진나라와 동쪽의 연·제·초·한·위·조 등 6국이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귀곡자의 제자 소진은 “진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며 연을 꼬드기고 나머지 5국도 설득해 군사동맹을 이끌어냈다. 동쪽의 세로로 놓인 6국의 연합이라 ‘합종(合從)’이라 불렀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귀곡자의 다른 제자인 장의가 나섰다. 진나라의 재상이 된 그는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불과하다”면서 동쪽 6국을 이간질해 합종을 깨고 진과의 개별 동맹을 성사시킨다. 이를 진과 횡적으로 연결했다고 해 ‘연횡(連衡)’이라 불렀다. 진은 결국 이들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천하를 거머쥔다. 중국 사서 사기(史記)에 나오는 ‘합종연횡’ 이야기다. 동맹의 중요성은 16~17세기 소아시아를 중심으로 유럽·중동·아프리카 세 대륙에 영토를 둔 초강대국 오스만제국의 사례에서도 읽힌다. 오스만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편에 서는 바람에 패전 후 소아시아의 ‘터키’로 쪼그라들었다. 동맹이 흥망성쇠를 결정한 것이다.


21세기 지구촌이 전국시대의 합종연횡을 재연하고 있다. 강대국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해 열국이 동맹을 맺으며 합종 전략을 펴는 한편 중·러는 이를 깨는 연횡 전략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다른 게 있다면 최강국인 미국이 합종 세력의 대열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 합종연횡이라는 장기판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해양·대륙 세력이 대립하는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또다시 구한말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한미동맹은 이런 각자도생의 시대에 놓인 우리를 지키는 보루다.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주의 등 우리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이다. 우리가 해방 후 최빈국에서 10위권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쓰인 주춧돌이었다. 미국은 세계 제1의 초강대국이다. 먼 나라와 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해야 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절실하게 필요한 나라다. 국제정치 세계 석학인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도 “한국은 중일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다. 좀 더 먼 큰 나라인 미국에서 힘을 빌리면 독립성을 잃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독일이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켜 주변 강국들 모두가 반대해도 재통일을 성사시킨 힘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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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이런 소중한 한미동맹 곳곳에 흠이 생겼다는 점이다. 문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나선 것도 아닌데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제재를 완화시키려고 나섰다가 미국과 마찰을 빚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제의한 쿼드(Quad) 가입을 거절했고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가입도 주저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서도 견해차가 크다. 최근 한미 국방부 장관 사이에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합의문도 내놓지 못할 정도로 내상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문 정부는 홍콩 사태에 침묵하고 남중국해 문제에는 원론적인 얘기만 할 정도로 중국에는 우호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對)중국 외교의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지도자를 뽑는 투표가 3일(현지시간) 종료된 후 개표가 진행됐지만 대혼전 양상을 보였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세했지만 예상과 달리 개표 중반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후반으로 가면서는 바이든 후보가 경합지에서 우편투표 개표 등에 힘입어 격차를 좁히고 역전하는 등 치열한 접전을 보였다. 누가 당선되든 우리 정부는 그동안 훼손된 한미동맹을 복원시키는 것부터 챙겨야 한다. 외교팀을 파견해 한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추진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면서 경제번영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hhoh@sedaily.com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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