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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이 먼저 다녀간 가을날의 장욱진미술관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강가의 아틀리에'

대표작 38점과 정신계승한 현대작가 전시

강가 덕소 작업실에서 추구한 자연친화정신

장욱진 ‘소’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장욱진 ‘소’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어린아이의 붓질 같은 단순한 형태 속에 도가부터 불교까지 관통하는 탈속적 지혜와 따스한 인간애, 자연에 대한 포용력까지 응축한 화가 장욱진(1917~1990). 일본에서 유학 후 귀국해 1945년 새로 생긴 국립박물관에서 일하며 전통미에 눈 뜨고 안목을 드높인 그는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가 됐으나 학교를 떨치고 나와 전업 화가의 길을 걷는다. 장욱진이 택한 곳은 지금의 남양주시인 덕소.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강가의 시골집에서 1963년부터 1975년까지 무려 12년간 혼자 생활하며 외로움을 벗 삼고 불편함을 멋 삼아 그림만 그렸다.

장욱진 ‘어부’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장욱진 ‘어부’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장욱진 서거 30주기를 맞아 기획한 전시 ‘강가의 아틀리에’는 바로 이 곳, 덕소의 작업실을 주목했다. 미술관 측은 “전시 제목의 ‘강가’는 장욱진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머물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덕소’이자 ‘자연’ 자체를 의미한다”면서 “장욱진은 강가에 마련한 아틀리에에서 고립을 추구하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고, 이곳에서 그가 꿈꾸던 세계는 급진적인 근대화로 파괴되고 소외된 모든 것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새로운 공동체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장욱진의 대표작 36점을 비롯해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현대미술가 김희원·박희자·빈우혁의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장욱진 ‘수하’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장욱진 ‘수하’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출품작들은 장욱진의 자연친화적 삶을 상징한다. 푸른 강물 위, 작고 붉은 쪽배에 올라 노 젓는 사내를 그린 ‘어부’. 장욱진의 덕소 화실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낸 그림 중 하나로 꼽힌다. 주말마다 서울 집에서 덕소 작업실로 반찬을 날랐던 장욱진 유족들에 따르면 “그림 속 어부는 덕소 화실의 이웃인 어부로, 화가와 친하게 지내며 함께 술을 마시곤 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어부의 머리 위로는 장욱진의 ‘자화상’에도 등장했던 새 4마리가 날아간다. 어부를 화가 자신이라 해도 무방할 법한 작품이다.


작품 ‘강변 풍경’은 화가의 삶을 좀 더 상세하게 짐작하게 한다. 강변 초가에 가부좌 틀고 앉은 화가는 도인 같고, 하늘과 같은 푸른빛 강물에서 뱃놀이하는 사람들은 마치 신선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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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어미소’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장욱진 ‘어미소’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누런 땅을 배경으로 한 ‘어미소’는 커다란 등짝이 푸근하다. 그 배 아래 붉고 작게 그린 젖먹이 송아지는 보호받는 존재의 솔직한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술애호가로 최근 미술계 최고 인플루언서가 된 방탄소년단(BTS)의 RM(본명 김남준)이 미술관을 다녀간 후 지난달 30일 SNS에 “가을”이라며 사진을 올린 것을 계기로 이번 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RM이 찍어 게시한 작품은 미술관의 영구소장품인 벽화 ‘동물가족’. 장욱진이 경기도 덕소 화실 벽에 그렸던 것인데, 벽 자체를 뗴어내 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이다. 소·닭·돼지·개들이 한 가족처럼 화목하게 그려진 작품에 작가가 추구하던 자연친화의 사상, 공동체 정신이 투영됐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장욱진 ‘동물가족’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장욱진 ‘동물가족’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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