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 칼럼] '박빙' 美 대선이 시사하는 것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승리자 확정 지연에 큰혼란 우려

소송전 가면 경제 악영향 불가피

中압박·무역정책엔 변화 없을듯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미국 시각으로 대선 당일 밤까지 진행된 개표 결과에서는 승자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여러 경합 주에서 우편 투표의 개표가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꺼리지만 막판에 현장에 나와 투표한 ‘샤이 트럼프’ 계층이 예상외로 많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편 투표를 포함한 사전 투표자가 1억명이 넘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종래의 선거 관행이나 패턴에 의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대선 승리자의 확정이 지연됨으로써 경제 사회에 대한 큰 혼란이 우려된다. 바이든 후보는 TV에 나와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중서부 3개 주의 결과를 참고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트럼프 대통령은 3개 주의 격차가 크고 전체 개표 결과를 볼 때 자기가 이겼다고 실질적인 승리 선언을 했다. 그리고 선거 결과 발표를 늦출 수 없으므로 대법원에 개표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중대한 발언을 했다. 펜실베이니아의 우편 투표를 선거 3일 후 도착분까지 인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느 한쪽이 승복하지 않으면 소송까지 갈 수 있다.


미국 증시는 선거 당일 약 2% 상승해 선거로 인한 불확실성을 보이지 않았으나 만약 개표 시간이 길어지고 소송으로 장기화하면 악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때 플로리다 재검표 소송으로 당선자 확정이 늦어지는 동안 뉴욕 증시는 10% 정도 하락했고 변동성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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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두 가지 큰 쟁점이 있었다. 첫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선거의 중요 이슈로 꼽혔었다. 특히 선거가 임박해 일일 신규환자가 새로운 기록을 세울 정도로 늘어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실패 문제가 주목받았다. 둘째는 경제 실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내내 경제가 잘됐다고 홍보했으며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올해에도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사상 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코로나19에 못지않게 먹고사는 경제 문제가 선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선거의 최종결과와 관련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했던 많은 경제정책의 틀은 당분간 지워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면 현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 패키지를 처리하는 일인데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당선됨으로써 2~3조달러의 부양책 협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통화나 환율에 관한 정책도 유지될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대선 이전에도 완화적인 통화 기조 지속을 시사한 바 있는데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경제 회복 열망에 비춰 상당 기간 통화 팽창이 있을 것이다. 외환시장의 달러 약세 추세도 변동 요인이 없으며 한국 증시도 큰 충격을 받지 않으리라고 본다. 다만 그동안 바이든 테마주로 인식됐던 배터리·바이오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기대는 다소 낮아졌다.

대중국 정책은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미국 국민 중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73%로 지난 4년 동안 20% 이상 늘었으며 민주당도 공화당과 같이 강경한 태도다. 따라서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세력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 안보적인 정책은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화웨이 규제 등 경제적인 제재도 유지될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비난하면서도 이의 철폐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대중 무역 압박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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