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정책형 뉴딜펀드에서 투자위험을 부담하는 것과 관련해 우선위험부담 수준이 과도하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왔다. 기존 정책펀드와 투자대상이 중복된다는 점도 제기됐다. 향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뉴딜펀드 관련 예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똑같은 뉴딜 투자인데 저긴 10% 여긴 최대 35%? |
앞서 정책형 뉴딜펀드란 정부가 3조원, 정책금융기관이 4조원씩 출자해 모(母)펀드를 만들고 자(子)펀드는 모펀드의 출자금에 민간자금 13조원을 매칭해 총 20조원으로 운영되는 정책펀드를 뜻한다. 단기간에 이익을 실현하기 어렵고 투자 위험도가 높은 만큼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위험손실부담을 맡는 구조로 설계됐다. 위험손실부담 수준은 기본 10%로 개별 펀드별 투자위험도에 따라 최대 3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정처는 이 수준이 타 정책펀드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기업구조혁신펀드, 성장지원펀드, 소재·부품·장비 혁신모험펀드 등은 모두 7.5~10% 수준에서 공공부문이 위험부담을 앉고 있다. 특히 스마트 대한민국펀드와 소부장 혁신모험펀드의 경우 바이오, 뉴딜분야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투자 대상만 놓고 보면 정책형 뉴딜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 투자 대상은 똑같은데 우선 위험부담 수준은 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예정처 측은 “공공부문의 우선 손실부담분이 지나치게 높으면 투자 리스크가 축소돼 해당 뉴딜분야 및 기업에 대한 안이한 투자판단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위는 기존 정책펀드 사례를 참고해 우선위험부담 수준이 과도하지 않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 펀드 투자대상 중복에 민간 투자 위축 우려도 |
이외에도 예정처는 뉴딜 분야에 대한 민간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로 로봇, 항공우주, 스마트 헬스케어, 영화·방송·음악·애니메이션 등을, 그린 뉴딜로 바이오소재, 스마트팜, 차세대반도체 등을 포함했다. 이 외에도 뉴딜 생태계 전반에 폭넓게 투자해 적재적소에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미 해당 분야는 민간 투자가 활발한 분야라는 게 예정처의 분석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벤처캐피탈의 신규 투자 중 25.4%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25.8%는 바이오 의료 분야에 집중됐다. 이미 해당 분야의 민간투자가 활성화돼 있는 상황에서 정책형 뉴딜펀드에 민간 투자자금이 집중되면 상대적으로 민간 뉴딜펀드가 위축될 수 있다.
예정처가 정책형 뉴딜펀드를 두고 이같은 우려를 쏟아내면서 향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뉴딜펀드 예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위의 예산안 중 뉴딜펀드 관련 예산은 산업은행 뉴딜펀드 사업에 새로 출자하는 6,000억원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뉴딜펀드 예산의 구체적인 활용계획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내년에 어떤 분야를 타겟으로 펀드를 조성할 건지, 위험도는 어떤지 등 세부적인 파악 없이 총액이 나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천적인 계획이나 운용에 대한 지침 없이 심의를 요청해놓고 통과해달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