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권력비리 수사 막으면서 '검찰 개혁' 말할 수 있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3일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강연에서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혁명 이후 공화국에서 검찰 제도가 시작됐다면서 “국민의 검찰은 권력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약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강자의 범죄에 대한 엄벌이 ‘국민 검찰’이 되는 길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윤 총장의 발언은 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그의 말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국민 검찰’의 길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추 장관과 여당은 윤 총장을 겨냥해 융단폭격을 가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발언이 나오기 1시간 전쯤 “검찰총장의 언행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강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용민·김남국 의원과 허영 대변인 등도 윤 총장의 언급에 대해 “검찰 파쇼를 주장하는 것” “검찰은 집단으로 권력에 저항했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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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집권세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무너뜨리고 있다. 4일 윤 총장을 겨냥해 “정치인 총장”이라고 공격한 추 장관이야말로 ‘정치인 출신 법무장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추 장관은 수차례의 검찰 인사를 통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정권 비리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친(親)정권 성향 검사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최근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사건이 불거지자 감찰 지시와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통해 윤 총장 무력화에 나섰다. 이것도 모자라 평검사가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을 올리자 보복 인사를 시사하며 재갈을 물리려 했다. 이런 식이라면 검찰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 중립·독립성 확보와 인권 보호에 있다. 여권이 권력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정치로 검찰을 덮으려 한다면 검찰개혁은 실패하고 법치주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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