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여행다워야지.”
교원그룹이 새롭게 론칭한 시니어 전문 여행 브랜드 ‘여행다움’의 출발지점이다.
많은 시니어들이 자기주도적인 자유여행을 꿈꾸지만 비용적, 경험적 한계 탓에 쉽사리 발을 딛지 못하는 것이 사실. 그리하여 시니어들이 선택하는 것이 지리적으로는 국내, 비용적으로는 1일 5만원 내외, 형태적으로는 편의성 높은 패키지 여행이다.
가성비 높은 국내 패키지 여행이라지만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여행답지 못한 여행’에 머물기 때문이다. 교육기업 교원그룹이 ‘여행다움’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브랜드를 앞세우며 이 시장에 뛰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라이프점프가 여행다움 프로젝트 팀을 만나봤다.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 드린다.
“교육기업 교원그룹 내 신사업추진프로젝트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정 팀장, 김주석 파트장이다.
(김 팀장) 교원그룹은 지난 1996년부터 여행사업부를 운영해왔다. 지난해 그룹에서 여행사업을 본격화해라, 는 특명이 떨어졌고 1년 동안 시니어 여행에 특화된 사업을 준비했다. 일종의 틈새를 찾은 건데 젊어서 자유여행을 즐겼던 사람이라도 시니어가 되면 패키지 여행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행시장은 해외여행에 주로 집중돼 있다. 우리는 해외를 노림과 동시에 그에 앞서 국내 패키지 여행에 주력하자란 컨셉이다. 올 3월 본격 론칭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8월부터 사업을 본격 시행하고 있다.“
-교원그룹은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육기업인데 원래 여행사업도 했었나.
“(김 팀장) 교원그룹의 모토가 ‘요람(학습지)에서 무덤(상조)까지’다. (하하) 여행은 그 과정에 있는 것이다.”
-여행다움을 론칭한 취지에 대해 설명해달라.
“(김 팀장) 가만 생각해보면 국내 여행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국내 여행을 대표하는 패키지상품은 왜 없지?’, 우리는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여행다움’이라는 브랜드도 여행을 여행답게 만들어보자, 란 취지에서 만들었다.
경제적 여유를 갖추고 여행 다니면서 놀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들에게 해외여행 수준의 국내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했다. 역사공부, 액티비티 활동 등을 담은 프리미엄 여행 서비스가 우리의 목표다.“
-브랜드 론칭을 알린 시점이 지난 8월초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좀 받았겠다.
“(김 파트장) 만약 해외 패키지 여행을 먼저 구상했다면 한 2년 간은 놀지 않았을까. (하하) 거꾸로 생각하면 코로나19로 인해 기회가 좀 더 빨리 찾아왔다고 볼 수 있다. 해외여행 수요의 공백을 국내여행이 대체하고 있으니깐.”
-사업 구상 단계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다.
“(김 팀장) 그렇다. 시니어 관련 데이터가 워낙 부족해 사업계획의 근거를 잡기가 어려웠다. 우리나라에 시니어가 이토록 많은데 그들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더라. 그래서 우리가 직접 데이터를 취합하려고 노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서포터즈 운영’이다. 기수당 100여명의 시니어 집단을 구성해 이들을 대상으로 데모 여행을 실시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여행 피드백을 모았다. 발대식처럼 공식 행사를 통해 동기를 부여했기 때문일까. 시니어들의 참여도가 기대 이상이었다. ‘여행다움’이라는 브랜드 명도 그들이 선택한 것이다. (하하) 시니어들을 통해 검증 아닌 검증을 받아서 자신감을 갖고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시장조사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김 파트장) 우리 팀원들 중에 ‘본격적인(?)’ 시니어는 없다. 대신 팀원들 대다수가 30대이다 보니깐 그들의 부모님들이 우리의 타깃인 506070 세대이더라. 가장 먼저 우리 엄마를 모셨다. (하하) 엄마를 회사로 모셔서 인터뷰 하고 그 내용을 기본적 소스로 해서 시니어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식으로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공격적인 질문 하나 해보자. 여행다움은 뭐가 다른 건가.
“시니어들이 국내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할 때 느꼈던 불편한 요소를 다 없앴다. 이른바 ‘3無 패키지 여행’이다. 여행 중 쇼핑이 없고 옵션을 제거했으며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패키지 여행을 이용했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거다. 계획에 없던 곳에 들러 쇼핑을 유도하고 옵션상품을 제시해 추가결제를 유도하거나 낮은 마진을 이유로 팁을 요청하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여행이 즐겁지가 않다.
‘여행다움’의 컨셉은 간단하다. ‘잘 먹고 잘 쉬자’이다. 여행이란 게 물건 사는 거랑 달라서 사람의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고 그 기억은 오래 간다. 한번 여행의 희열을 느껴본 사람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 떠나게 된다. 우리 상품은 그 지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니어 여행은 어떤 특징이 있나.
“(김 파트장) 시니어가 해외여행을 떠날 때는 주로 가족들이랑 함께 가는 반면에 국내여행은 친구, 동호회 등 지인들과 함께 다니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성별로 보면 여성이 주로 국내 패키지여행을 이용하는데 교통편에 대한 부담 탓에 패키지 여행을 즐겨 찾는 것 같다.
우리(교원그룹)가 이 시장에 들어온 이유는 단체여행 수요가 앞으로 점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1기 서포터즈를 운영하면서 시니어들이 패키지 단체여행을 어떻게 즐기는지를 목격했다. 처음 하는 행사라 어설펐는데도 반응이 너무 좋았다.“
-어떤 상품들이 준비돼 있는지 궁금하다.
“(김 파트장) 제주도까지 포함해서 총 24개 국내 여행 상품이 준비돼 있다.
한 예로 강원도 양양 투어상품이 있다. 양양 주전골 정상에서 내려오다가 중간에 연예인 이영자씨가 극찬한 산채비빔밥 식당에서 식사하고 송이밸리를 방문해 나무 브러치를 만드는 체험활동을 하는 코스다.
24개 여행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 직원이 1년 동안 전국을 두 바퀴 돌았다. 해당 직원이 아직 미혼인데 경상도 출장 갔을 때 외로움에 사무쳤다고 투덜대더라. (하하) 우리는 상품을 만들 때 해당 지자체 관광과 공무원을 반드시 만난다. 방문지나 식당 추천도 받고 그런 식으로 발품을 팔았더니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먼저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든 상품들은 모두 그런 원칙에 입각해 개발됐다.“
-원칙이라. 좀 더 설명해줄 수 있을까.
“(김 팀장) 우선 도시는 단 한 곳으로만 한정한다. 지자체별로 관광객 유입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시하기 때문에 여러 도시를 방문하면 아무래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시, 저 도시를 옮겨 다니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이동이다. 차라리 한 도시에 집중해서 테마가 있는 여행상품을 만드는 것이 소비자 만족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1개 도에서 총 상품은 3개 이내로 제한한다. 그마저도 계절별로 테마를 달리 해서 특색 있는 상품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우리가 가본 곳만 간다. 직접 가보지 않은 곳은 상품군에서 제외한다. 답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시니어 고객에 맞는 동선을 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김 파트장) 그렇다. 가격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상품 중에서 당일치기 기준 가장 비싼 것이 8만9,000원이다. 다른 여행사 상품 대비해서 대략 1만원 정도 비싼 편인데 그만큼 식사나 이동코스 등에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설문조사를 해보니깐 이 정도 가격차이에 대해 시니어들이 크게 민감해하진 않더라. 이 가격을 낮추려면 지자체가 원하는 역사박물관 같은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마지막으로 ‘여행다움’ 자랑을 해보시라.
“(김 팀장)아! 이 이야기는 꼭 빼먹으면 안 되는 것인데 우리는 여행 어메니티 키트(Amenity·여행 편의용품)를 제공한다. (하하) 가글, 물티슈, 핫팩, 타올 같은 구비물품 외에 휴대용 견과류, 두유 등과 같은 건강보조식도 지급한다. 이 정도면 국내여행의 퍼스트 클래스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하)“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